▲ 심일보 대기자
[심일보 대기자]지금 여의도에는 헌정사상 볼 수 없었던 ‘1대 129’의 해괴한 정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새누리당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정치’를 포기하고 서로를 향해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새누리당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조원진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정 의장의) 미국 출장 당시 개인 일정에 대한 일탈 제보가 있다. 검경은 철저한 공개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세균 의장은 "심각한 명예훼손 사안으로 의장실은 법적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법적조치 등의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새누리당 대표의 국회의장 사퇴 촉구 단식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고 양측의 대립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모양새다.

새누리…"의장 자격 있는지 파헤치겠다"

조원진 새누리당 '정세균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국회의장에 대한 여러 제보가 우리 당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검찰이나 경찰에선 정세균 의원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부분을 철저하게 공개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조원진 최고위원은 "(정 의장이) 지난 미국 출장 때 개인 일정에서 일탈을 했다는 제보가 있다"면서 "정 의장 부부가 공식 일정 외에 딸을 찾아갔다, 비공식 일정에 국회 예산을 썼는지 내놓으라고 (자료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들은 비즈니스석을 탔는데 정 의장은 부인과 함께 1등석을 타고, 계획단계에 없던 샌프란시스코 일정을 추가했다"면서 "(뉴욕과 워싱턴) 교민 간담회 때 국회의장 자격으로 만든 시계를 각각 한 200개 정도 뿌린 것으로 제보 받았다"고 주장했다. 즉, 정 의장이 국회 예산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었다.

그러면서 "시계가 사비로 만들어져도 법률적인 문제가 있고, 예산으로 만들어져도 대표단 명의의 선물이 아니라 '정세균' 이름이 박힌 시계를 교민들을 상대로 배포했으면 심각한 문제"라며 "요즘 해외 동포들에게도 투표권이 있지 않느냐. 예를 들어 선거법 위반도 떠오르지 않나"라고 했다.

또 "더군다나 마지막 일정인 샌프란시스코 일정은 애초 계획 단계에서는 없던 일정으로 알고 있고 사후에 추가됐다"며 "샌프란시스코에 정세균 의원의 딸이 사는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새누리당 국회의원 129명 전원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도 청구했다.

이외에도 새누리당의 공세는 △국회의장실 항의 방문 및 점거 △의장 공관 항의 방문 △이정현 당대표의 단식 농성 △의장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의장 호칭 미사용 △1인 피켓시위 △의장 사퇴 촉구 및 규탄 결의대회 △일부 의원들의 동조 단식으로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다.

정세균 "명백한 허위 사실…법적 대응 등 엄중 조치 나설 것"

이에 정세균 국회의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법적조치 등의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영수 국회대변인은 지난달 29일 '국회의장실 입장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하면서 "심각한 명예훼손 사안"이라 지적하고 "의장실은 법적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원진 의원은 본인 발언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 경고했다.

본래 정 의장이 소속돼있던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의장 비판 초반에는 관망세로 행동했지만 새누리당이 국회의장 형사고발에 들어가면서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한편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의장에 대한 모욕과 비방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며 "의장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적 근거도 없이 형사고발을 하는 것은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의회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우리당도 법적 대응 등 엄중한 조치에 나설 것임을 분명하게 경고하는 바"라고 강력히 규탄한 바 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도 "새누리당의 비판이 정치적 도의를 넘어섰다"며 "새누리당의 주장은 흡사 의회주의를 망가뜨리는 프락치 같다. 국회의장이 허수아비가 되길 바라냐"고 일침했다.

떠나는 ‘민심’, 멀어지는 ‘민생’

그러나 이러한 ‘해괴한’ 진흙탕 싸움은 개원초 정세균 국회의장이 정작 살수(?)가 있다 하더라도 이후 새누리당은 불만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뒀고 의혹제기 또한 '헛발질'로 판명되면서 내부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국회 파행과 법적 다툼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을 여당이 돌보지 않는다는 비난에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유야 어떻든 대통령의 단식중단 요청에도 "지금 그만둘 수는 없다"며 고사했다.

19대 국회 내내 야당에 “일할 건 하면서 싸우라”는 주문을 한 게 새누리당이었다. 집권 여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건 직무유기라는 여론에는 등을 돌린 채 ‘이상한 싸움’을 계속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회 파행은 정책을 집행하고 책임지는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안긴다는 점에서 여당이 풀어야 할 건 먼저 풀어야 한다. 야당과 협의 가능성까지 닫아놓고 강경으로 치닫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한진해운 물류대란과 경주 지진, 125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다.

지금도 새누리당은 ‘국감중단 사단이 정 의장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미 정치를 포기했고 정권을 포기한 정당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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