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7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 대표의 건강 상태가 많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영석 대표비서실장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혈압과 혈당이 많이 떨어졌고, 화장실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표실 측은 전날부터 의료진을 대기시켜 놓고 있지만, 이 대표가 링거 주사 등을 거부하면서 건강 상태만 확인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의 단식은 국민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알리고 국회에서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주 활용됐던 투쟁수단이다. 그러나 당 대표가 직접 단식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 김영삼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이 대표적이다. 그는 1983년 신군부가 자신의 정치활동 자체를 금지하고 가택에 감금시킨 것에 저항해 단식에 돌입했다.

당시 그는 민주회복, 정치복원 등 민주화를 위한 전제조건 5개항을 내걸었다. 단식 8일째 병원으로 강제 이송됐고 전두환 정권의 계속된 회유와 협박에도 단식을 멈추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결국 가택연금 해제를 얻어냈고, 23일간 지속된 그의 단식이 민주화 투쟁의 기폭제로 작용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단식 경험이 있다. 그는 1990년 평민당 총재 시절 노태우정권이 시도하려는 내각제 반대와 지방자치제 실시를 요구하며 단식을 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66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13일간 단식을 이어갔고, 이후 지방자치제를 도입하는 성과도 거뒀다.

2003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반발해 10일간 단식했다.

2009년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는 전년도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 명목의 특별당비를 받은 혐의로 징역 1년6월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자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6월3일부터 25일까지 옥중단식을 했다. 단식 도중 5일간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현재 이 대표의 단식과 관련이 있는 정세균 국회의장도 두 차례나 단식을 한 경험이 있다. 단식 사유도 비슷하다. 2011년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 실패의 책임자로 지목된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민주당 의원이었던 정 의장이 이에 반발해 단식투쟁을 벌였다. 정 의장은 당대표였던 2009년에도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방침에 반발해 단식을 했지만, 사흘 뒤 한나라당이 끝내 미디어법을 단독 처리하고 말았다.

 
2012년 9월에는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가 당내 신·구당권파간 갈등에 책임을 지고 국회 내 당대표실 안에서 5일간 물과 소금도 섭취하지 않는 '단수단염' 단식을 했다.

2013년 9월에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던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 움직임에 반대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2일간 단식했다. 이 대표는 2014년 8~9월에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12일간 단식했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당 대표의 단식사례가 있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7월20일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사퇴를 촉구하며 국회의원회관에서 1일 단식을 했다.

이외의 정치인 단식 사례로 2007년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김근태·천정배 의원,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반대하는 단식 투쟁을 벌였다. 문 대표는 26일, 천 의원은 25일 동안 단식을 했다. 최장 단식기록은 그해 7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해 27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당시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다.

여권에서는 한나라당 소장파였던 정태근 전 의원이 2011년 자당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단독 처리 방침에 반발해 10일간 단식을 한 사례가 있다. 정 전 의원은 단식농성 이후 당을 탈당했다. 비교적 최근에는 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의원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을 하던 세월호 희생자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곁에서 동조 단식을 했다.

정치인의 단식, 어떤 이는 ‘투쟁’이었고 어떤 이는 ‘투정’으로 끝났다. 과연 이정현 대표의 단식은 역사에 또 어떻게 기록될까 싶다.

 

 

 

 

 

흔히 ‘정치인의 단식’ 이미지를 생각하면 이 장면<사진1.2>을 떠 올린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