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김영란법이 시행되자마자 식사시간에 관가 주변 식당의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었고 주류를 취급하는 유흥업소들은 이러다 가게 문을 닫게 생겼다며 아우성이다. 고급 한정식은 물론 화훼농가와 꽃가게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러한 업종들의 직격탄이 도미노 현상을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의 영향으로 수익형 부동산의 대세로 떠올랐던 '꼬마빌딩' 시장이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비상이 걸린 것. 한마디도 직격탄의 파편이 부동산 시장에 떨어졌다.

적잖은 수익을 담당하던 고급 음식점들이 김영란법으로 매출이 줄면서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하거나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와 수익성이 극도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서울서 사업을 하는 김모(55)씨는 지난해 초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40억원짜리 4층 꼬마 빌딩을 구입했다. 최근 저금리로 대출금리가 저렴해져 58%에 달하는 23억원을 금융권 대출로 충당했다.

김 씨는 고급식당에 임대를 주면서 대출이자를 감당하고도 수익을 냈다. 하지만 최근 김영란법으로 식당들이 어려워지면서 임대료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많아 빌딩을 다시 팔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김씨의 경우처럼 30~50% 대출을 받아 구입한 '꼬마 빌딩'의 경우 임대료 수익이 더 낮아지면 건물을 사기 위해 받은 은행 융자금 이자를 내기가 힘들어지는 탓에 빌딩 매각을 고려 중인 건물주가 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따라 서울 광화문~종각 일대와 서초동 등의 고급 음식점들이 이미 폐업하거나 업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한 꼬마빌딩 소유주들의 경우 세입자가 빠지면서 공실이 늘어난 탓에 유동성 위기까지 몰리면서 급하게 매물을 내놓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꼬마빌딩은 지상 1~5층 정도의 50억원 미만의 소형빌딩을 뜻한다. 지난해부터 아파트 투자가 가격 상승 한계가 나타나자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꼬마빌딩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김영란법 시행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악재와 내년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 탓에 시장이 급격히 냉각됐다. 김영란법으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던 고급 음식점들이 빠져나가면서 연수익률도 2~3%로 낮아졌다.

무엇보다 꼬마빌딩 시장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로 절대적이다 보니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면 대출이자를 감당할 건물주가 많지 않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서울 소재 중소형 빌딩 상가 공실률은 7.8%로 지난해 1분기 6.7%에 이어 오름세다.

'김영란법'으로 향후 공실률이 더욱 올라간다면 결국 매입 당시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빌딩을 되파는 건물주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앞으로 꼬마빌딩의 공실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3~4년간 강남 일대에 중소형 건물 신축이 늘어나면서 공급과잉 신호가 나오고 있다. 반면 저렴한 임대료를 앞세운 지식산업센터가 늘면서 임차 수요는 줄고 있다.

정부 역시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개인 대출에 대한 규제의 칼날도 날카로워졌다. 실제 8.25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비주택 담보대출의 담보인정한도도 기존 50~80%에서 40~70%로 강화했다.

빌딩 거래 업체 관계자는 "꼬마빌딩 소유주 부채비율이 높은 경우 금융권이 대출 연장을 거부하거나 회수에 나서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면서 "김영란법 등으로 임대료 수익이 낮아지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빌딩 소유주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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