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의 영예는 30년간 현미경으로 효모를 들여다본 일본의 요시노리 오스미(Yoshinori Ohsumi) 교수가 차지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일평생 동안 '자가포식(autophagy·오토파지)' 연구에 헌신해 온 도쿄공업대 오스미 명예교수를 노벨생리의학상 단독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3일(현지시각) 밝혔다.

세포의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핵심 현상을 발견함으로써 각종 질병 및 치료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는 게 선정 이유다.

이번년도 노벨상 첫 수상자가 공개되면서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수상자인 오스미 교수의 이력과 더불어 자가포식에 관한 관심이 급상승하고 있다.

오토파지란 자신(self)을 뜻하는 '오토(auto-)'와 먹는다(to eat)는 의미의 '파지(phagein)'가 합쳐진 말로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직역하자면 '스스로를 먹는다(self eating)'는 의미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즉, 세포 스스로 자신의 소기관이나 성분을 분해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일본은 특히 세균학이나 입자 물리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노벨 생리의학장을 받은 요시노리 교수는 세포 내 불필요하거나 퇴화한 단백질, 소기관을 재활용하는 자가포식(오토파지) 현상의 구조를 밝혀낸 것으로 유명하다. 세포 내 청소부’ 역할을 하는 오토파지는 세포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단백질이 문제를 일으키기 전 문제점을 제거한다.

그는 이 방법을 제어할 수 있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 발견했고, 의학계에서는 향후 파킨슨병이나 신경질환의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로써 일본의 노벨상 수상은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 의학생리학상 3면,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으로 총 24명을 보유한 국가로 우뚝섰다. 이는 전세계 8위로 아시아에서는 독보적인 수치다.

그렇다면 왜 일본은 노벨상을 받는데 우리는 왜 못 받을까

일본이 노벨상을 처음 받은 것은 1949년으로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만 81년이 되는 해였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를 거쳤다고 해도 1876년 개항해 문호를 개방하고 1894년 갑오개혁으로 교육 체제를 정비한 지도 한 세기가 훌쩍 지났다.

물론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르게 서양의 과학지식을 흡수했다.

1860년대부터 서양 각국으로 유학생을 파견했고 유학에서 돌아온 야마카와 겐지로가 물리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1888년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물리학자로 알려진 최규남이 1933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에 비해 45년 앞선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이미 67년 전에 최초의 노벨상을 받았다.

일본은 1900년 무렵 화학자 다카미네 조기치가 아드레날린을 발견하고 세균학자 기타사토 시바사부로가 1회 노벨상 수상자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등 20세기 초반부터 서양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1917년에 이화학연구소가 설립된 이후에는 물리학분야도 급격한 발전을 이뤘고 패전 직후인 1950년 무렵 세계를 선도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는 진정한 이유라 하기 어렵다.

국내 과학계는 일본의 노벨상 수상이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니라 ‘기초연구 투자'의 결실이 맺고 있는 것이라 평가한다.

일본은 지난 19세기 말 산업화와 함께 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오랬동안 해와 수준이 매우 높다. 한국이 노벨상 수상을 위해 막 준비를 하는 단계라면 일본은 이미 꼭대기 위해서 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기초과학의 토대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열약해 올해 노벨상 후보 명단에 한국인은 거론조차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가 산하기관의 한 연구원은 “한국 정책 당국자들과 국민들은 시간만 지나면 한국에서 자동으로 노벨상 수상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절대 못할 것이다”며 “노벨상 수상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풍토에서 절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벨상을 타려면 노벨상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노벨상 수상과 같은 성취는 한 우물을 수십년은 파야 가능할까 말까 한 업적이다”고 덧붙였다.

국내 과학계 연구진들은 정부나 대학에서 1~2년 안에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눈치를 주며 프로젝트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제까지 노벨상 업적의 공통적 성격을 살펴보면 '패러다임의 변화', '지식의 외연 확대', '발견 경위의 단순함', '사업화의 발판 역할', '실용화를 전제로 한 연구' 등이다. 국민들의 노벨상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큰데 반해 정부의 정책 및 대책을 보면 즉흥적이고 단기적이라는 평가다.

 
한국 과학계의 노벨상 콤플렉스와 현실적 한계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중 R&D(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가장 높지만 노벨상의 야망은 돈으로 실현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가 최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R&D(연구개발)에 쓰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 과학계의 노벨상 콤플렉스와 현실적 한계를 지적한 특집 기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우선 네이처는 우리나라의 R&D 예산 증가에 주목했다. 한국은 2014년 기준 GDP 대비 R&D 예산이 4.29%로, 기존 1위인 이스라엘(4.11%)을 앞섰다. 이는 일본(4%)과 미국(3%), 중국(2%) 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성과는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네이처는 “2014년 한국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수는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1.22%인 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네이쳐지는 “영국·독일·일본의 절반에 그치고, 중국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늘어난 예산이 기초과학 분야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정부가 내년 R&D 투자 비중을 5%까지 늘릴 계획이며,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대학의 기초과학 예산을 2018년까지 1조 50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방안도 내놨다고 전했다.

네이처는 하지만 한국 정부의 이 같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자는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네이처는 “인터넷 기업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끝나자마자 정부가 인공지능에 202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면서 “하나의 사례만으로 ‘인공지능이 미래’라고 결정해 버린 주먹구구식 대응”이라고 밝혔다.

네이처는 일본이 노벨상 수상자를 21명 배출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0명이라며 정부의 R&D 정책의 문제점을 ‘기초연구에 대한 장기적 투자에 인색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수십 년 간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데 한국은 이 같은 투자 문화가 성숙치 않다는 게 네이처의 분석이다.

네이처는 또 참신한 연구 과제를 만들기 위해선 연구실 내 토론이 중요한데 한국은 지나치게 침묵한다며 국내 과학계 풍토도 꼬집었다.

아울러 네이처는 한국 과학계 술자리 문화가 여학생에게 불리한 ‘성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네이처지는 한국 과학계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은 것은 필자인 마크 재스트로와 한국의 인연 때문이라면서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돼 자랐으며 지금은 과학 분야의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네이쳐지는 끝으로 마크 재스트로의 말을 인용, “한국은 과학 연구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나라인 만큼,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돈으로는 노벨상을 살 수 없다는 점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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