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레드'의 강신일

"미술이 아닌, 연극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에요. 결국, 우리의 삶이죠. 재미있었어요. 당연히 재공연할 때는 제가 해야 한다고 신시컴퍼니(공연제작사) 쪽에 으름장을 넣었죠. 하하하."

연극 '레드'의 한국 초연에 이어 두 번째 공연에서도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를 연기하는 배우 강신일(53)의 너스레다.

로스코의 삶을 무대 위로 옮긴 연극으로 미국 극작가 존 로건(52)이 그의 사연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했다. 로스코와 가상의 인물인 조수 '켄', 두 명만 출연하는 2인 극이다.

2009년 12월 영국 런던 돈마 웨어하우스 극장에서 초연했다. 2010년 미국 브로드웨이 골든시어터에서 공연, 같은 해 제64회 토니 어워즈에서 연극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조명상, 음향상, 무대디자인상, 남우 조연상 등 6관왕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2011년 초연했다. 당시 강신일과 뮤지컬배우 강필석(35)이 로스코와 켄을 연기했다. 평균 객석점유율 84%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로스코의 예술세계와 미술이라는 공통영역을 놓고 언쟁한다. 예술의 영역뿐 아니라 세대 간의 격차, 인생에서 성숙하고 쇠퇴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초연 때는 이렇게 어려운 연극이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무대 위에서 남자 2명이 대사를 계속 주고받는 합이 매력적이더라고요."

2011년 공연 당시에는 어렵던 원문 대본의 느낌을 살리는 데 집중, 시간이 쪼들렸고 그래서 놓치고 간 것이 있다고 털어놨다. "초연 때는 용기가 있고 오기도 났는데 이번에는 겁이 났어요. 물론 거장의 정신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겠느냐마는 어느 한순간 공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두려웠죠."

극에는 로스코가 자신의 바로 뒷세대인 앤디 워홀(1928~1987) 같은 팝 아티스트들을 비판하고 두려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앞서 지난 9월 미술을 소재로 한 또 다른 연극 '광부화가들'에서도 주인공을 맡았던 그는 개인적으로 그림은 잘 모른다고 했다. '레드' 역시 그림보다 삶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어느 것도 옳고 그르지 않다고 말하는 작품이죠. 세대가 바뀌고 우리 삶의 가치관이 변화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에요. 갈등이 아닌 소통이요. 관객들이 미술에 대해서 잘 몰라도 상관이 없어요. 지극히 삶을 다룬 연극이에요. 두 인물이 어려운 말을 늘어놓아서 굉장히 고고한 것처럼 들리지만, 통속적인 신파에 가깝죠. 알맹이는 그거예요."

이번 무대에도 강필석이 켄을 맡는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보니앤클라이드' 등으로 올해를 자신의 해로 만든 뮤지컬배우 한지상(31)이 켄 역에 합류한다. 김태훈씨가 연출한다. 소극장 무대에 강점을 보이는 무대디자이너 여신동씨가 힘을 보탠다.

2014년 1월26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3만5000~5만원. 신시컴퍼니 02-577-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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