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오 기자]은행들이 ‘대포통장’을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더욱 까다로워진 ‘통장개설’ 때문에 ‘신규 통장개설’ 등을 원하는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은행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은행들이 대포통장을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통장개설시 요구하는 서류가 너무 많고 까다로워 헛걸음치기 일쑤이고 ‘통장 만들기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소연은 “은행들은 통장발급 조건을 강화해 소비자 편익보다는 은행에 도움이 되는 소비자를 선별해 거래하고 은행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중소 서민 소비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거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금소연은 이는 “금융감독원이 2012년 금융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포통장 근절 종합 대책을 마련했고, 2015년부터 은행이 신규 통장 개설 및 재발급 시 금융거래 목적 확인 및 증빙서 제출 의무화 등 통장 발급 조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은행들이 대포통장을 막는다는 명분이지만, 처음 법률사무소를 개업하는 변호사에게도 통장발급을 거부하고 거래계약서를 요구하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는 것.

금소연은 “은행들이 ISA 계좌개설을 유치하기 위해 과잉 판촉을 일삼고, 대출 거래시 자사 통장을 의무적으로 만들게 하는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행동에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봤다.

금소연 관계자는 “대포통장은 선량한 소비자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문 사기범들이 만들기 때문에 이들은 통장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들이 선량한 모든 소비자들을 잠재적 대포통장 사기꾼으로 보기 때문에 까다롭게 구는 것이 아니라면, 대포통장을 빌미로 돈 안되는 일반거래 소비자의 통장발급 비용을 줄이고 홀대하는 방침일 것이 뻔하다.”고 덧붙였다

금소연에 따르면 통장 개설을 거부당한 소비자들은 “피의자로 조사당하는 모멸감을 느꼈다”, “공인중개사가 중개하지 않은 당사간의 임대계약서는 인정할 수 없다”, “자녀 명의 통장을 개설하려면 증여증명서나 세무사의 확인서가 필요하다”, “통장 2개 개설시 통장 한 개는 보름 이후에나 발급이 가능하다”, 금융거래 증명 서류인 계약서, 공과금 고지서, 회원명부, 회칙 등 모임 입증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여 “통장을 발급받지 못했다”는 불편 ․ 불만 및 황당한 민원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례가 제시됐다.

이에 소비자들은 통장을 쉽게 발급 받던 생각에 신청하면 당연히 발급해 줄 것으로 생각하고 은행을 방문해 헛걸음 치기 일쑤라는 것.

이는 은행직원이 증빙 서류 없이 개설한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이용될 경우 인사고과 및 영업점 평가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책임을 피하기 위해 까다로운 다양한 증빙 서류를 요구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금소연 관계자는 “대포통장의 근절을 위해서 통장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편익이 침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또한, “대포통장의 피해와 명의인의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홍보와 통장 발급 구비서류 등을 사전에 충분히 안내해 서류 미비로 통장 발급이 거절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은행들이 대포통장을 막는다면서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 합리적인 조건을 만족시키는 소비자는 어렵지 않게 통장을 만들 수 있도록 하여, 은행을 위한 ‘소비자 불편’을 당장 고쳐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4일 한 은행 관계자는 “대포통장 개설로 인한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신규통장 개설’이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초기 제도 시행기에는 과도기적으로 고객의 은행이용 불편사항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지만  점차 제도적 보완과 함께 적응해 자리잡아 나가는 추세”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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