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조선·철강·유화 등 주요 공급과잉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이 거센 가운데, 각 업종별 맏형들이 선제적으로 사업재편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포스코, LG화학 등 조선·철강·유화를 대표하는 업체들이 속속 사업재편 구상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산업 구조조정의 서막을 올리고 있다.

일단 국내 조선업계는 계속되는 수주가뭄으로 인한 경영난 가중으로 사업 구조재편에 한창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선박 건조에 집중하는 한편 이와 관련 없는 부서들의 분사를 통해 경영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업계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이 가장 적극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상반기까지 5조원 규모의 전기전자, 건설장비 사업부문을 분사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인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전지전자시스템사업부는 변압기, 차단기, 배전반 등을 만들고 건설장비사업부는 굴착기, 지게차 등을 주로 생산한다. 두 사업 부문의 매출액 합계는 4조7300억원, 고용 인원은 약 4200명이다. 이는 현대중공업 전체에서 각각 약 18%, 20%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번 분사 추진은 지난 6월 현대중공업이 채권단에 제출했던 1조5000억원 규모 자구계획에는 없던 내용이다. 당시에는 로봇사업부와 태양광, 설비지원 부문 등의 분사가 언급됐었다.

로봇사업부와 태양광사업은 연내 분사가 마무리될 계획이다. 회사에서 유지보수와 운영 서비스를 맡는 설비지원 부문은 지난 8월부로 현대중공업MOS라는 회사로 분사됐다. 올해 2월에는 산업용 펌프 부문과 압축기 설비 부문을 떼어내 현대중공업터보기계가 새로 설립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업황 부진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경영합리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한편 현대중공업보다 상황이 더욱 나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도 연내 1000명 규모의 희망퇴직과 동시 지원조직 2000여명을 분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철강업계의 경우 이전부터 사업 구조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업계 큰 형 포스코는 지난 2014년 권오준 회장 취임 후부터 '본원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트레이닝, E&C, 에너지, 소재 외 비핵심계열사 등을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총 149건의 계열사 및 자산 구조조정을 목표로 해 올 상반기까지 81건을 완료한 상태다.

유화업계 맏형 LG화학은 공급과잉 제품을 축소하고 고부가 가치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는 사업구조 고도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고부가 제품 확대에 필요한 기초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납사분해시설(NCC) 증설에 나서고, 공급과잉인 폴리스티렌(PS) 제품라인을 고부가 ABS 생산설비로 전환하기로 했다.

일단 오는 2019년까지 대산공장에 2870억원을 투자, NCC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104만톤의 에틸렌이 생산되는데, 증설 후에는 단일 공장 중 세계 최대 생산능력인 127만톤까지 생산량이 확대될 전망이다.

동시에 내년 상반기까지 여수공장 내 폴리스티렌(PS) 생산라인 2개 중 1개 라인을 내열성과 내충격성, 가공성이 뛰어나 자동차 및 가전, IT 소재에 주로 적용되는 고부가 ABS 제품 생산라인으로 전환키로 했다.

생산라인 전환이 완료되면 현재 공급과잉인 PS 국내 생산량은 연간 10만톤에서 5만톤으로 절반이 축소되며, ABS 생산량은 연간 85만톤에서 88만톤으로 3만톤(3.5%)이 증가할 전망이다.

LG화학의 사업고도화 작업은 선제적 대응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LG화학은 올 2분기(연결) 매출액 5조2166억원, 영업이익 6158억원, 당기순이익 385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지난 2011년 3분기 이래 18분기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할 만큼 실적에서 큰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처럼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점차 확대되는 석유화학업계의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에 미리 대처해야만 더 나은 실적을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