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와 나- 소설로 만나는 낯선 여행

성석제, 정미경, 함정임 등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견 작가와 백영옥, 서진 등 대중성을 겸비한 소설가 그리고 윤고은, 한은형 등 곧 문단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이 해외 도시를 배경으로 쓴 단편소설 7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평이한 에세이가 아닌 문학성 짙은 단편소설로서 해외 도시의 이국적인 뉘앙스와 낯선 여행의 묘미, 아울러 읽는 재미를 풍성하게 담고자 했다.

성석제는 '사냥꾼의 지도-프로방스의 자전거 여행'을 통해 연극제 참석차 방문한 프랑스 남부 도시 아비뇽에서 종횡무진 자전거 여행에 도전하는 희곡작가의 우여곡절 여정을 그렸고, 백영옥은 '애인의 애인에게 들은 말'에서 뉴욕의 서블렛 문화와 함께 짝사랑하는 유부남의 자취를 들여다보려는 스토커적 여성의 면모와 정작 남자가 아닌 그의 아내에게 동화되어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깊숙이 파고든다.

정미경 작가는 '장마'를 통해 도쿄의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일본 공연예술인 '부토'에 빠져들고 나오시마 섬까지 동행하는 과정을 애틋하게 그리고 있으며, 함정임 작가는 소설 <적과 흑>의 배경 도시이기도 한 프랑스 브장송에서 사라진 남편의 자취를 찾아 호텔들을 섭렵하는 여자 나미와 그 여자에게 매혹된 프랑스인 남자 진의 로맨틱하면서도 통쾌한 며칠을 담고 있다.

윤고은은 '콜럼버스의 뼈'에서 이국적인 스페인 남부 도시 세비야의 정취와 아버지의 존재를 찾아 도시를 유랑하는 여주인공의 감동적인 여정과 맞닿는다. 서진은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통해 꿈을 좇아 로스앤젤레스를 찾아왔지만 정작 고국과 고향의 맛에 대한 그리움만 쌓아가는 88만원 세대의 익숙한 방황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은형은 '붉은 펠트 모자'에서 2010년 시민혁명을 통해 운명이 뒤바뀐 튀니지 고위관료와 모래 바람이 부는 도시 튀니스의 면모를 이국적으로 훑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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