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과거 주한 미국대사관이 최순실 씨 아버지인 고(故) 최태민 씨에 대해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불린다고 본국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수록된 2007년 7월 20일자 문서에 따르면 윌리엄 스탠턴 당시 주한 미 부대사는 한국 대선을 앞둔 각당 후보들의 상황과 판세, 대선이슈 등을 본국에 보고하면서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박 후보도 자신의 과거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전했다.

28일 ‘최순실 게이트’를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난 라스푸틴 사건’으로 정의한 나무위키에 따르면 박근혜가 은인처럼 생각한다던 최태민의 딸이자 정윤회 전처(2014년 7월에 이혼) 최순실이 국정 전반에서 전횡을 일삼으며 비선실세로 대통령을 조종하여, 사실상 국정을 주도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쉬운 말로 짧게 말하자면, 이것이 박근혜정부인가, 아니면 최순실 정부인가 하는 문제다. 투표로 당선된 것도, 당선인이 공직에 올려준 것도 아닌, 무자격자 민간인이 국가 기밀과 비밀 문건들을 청와대 인사들을 통해 보고받으며 국가기관의 공적인 사무를 주도했다. 즉, 절차적 민주주의가 뿌리부터 짓밟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최순실 씨가 1위, 정 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 박관천 前 경정이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으로 조사를 받을 당시 검사와 수사관에게 위와 같이 말했을 당시만 해도, 위 발언은 '황당한 권력서열 강의'로만 치부되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순실의 주도하에 정윤회와 차은택 등이 전횡을 일삼고, 대기업에게 강제로 돈을 걷고 정부에 예산을 걷고, 재단들을 이용해 청와대의 중점 사업과 인사까지 개입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문체부를 비롯한 행정부도 제대로 끼어들었다. 특히 청와대 핵심 기밀문서를 미리 보고 첨삭까지 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한편 이를 조사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사실상 해임되었다.

이 대목에서 연일 터져 나오는 관계자들의 증언과 각종 언론 보도들을 종합하면, 민간인, 그것도 단순한 민간인도 아니고 사이비 종교 영세교의 후계자라는 지목을 받고 있는 무당이 대통령을 통해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을 비롯한 한국 사회 각계각층으로부터 오만 가지 특혜를 전부 다 받고 갑질과 횡포를 일삼으며 엄청난 양의 국민 세금을 횡령했고, 이게 메인인 걸로 끝나지 않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제 정책을 비롯한 내치와 외교 전반, 심지어는 대통령 복장과 일정, 정부 부처 장차관을 포함한 인사 정책, 대북 정책을 포함한 국가 안보, 기밀 사항까지 손봤다.

이야기만 들어서는 그야말로 일루미나티 음모론, 영화에서도 나오기 힘든 어불성설인데, 까도 까도 상당 부분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난다.

물론 문민정부 출범 이전에도, 이후에도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실세이자 측근에 해당하는 인물들의 비리는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그러한 비리들의 성격은 냉정하게 따지자면, 권력자의 권력 의지에 기생하거나 호가호위하는 형식으로 사적 욕망을 채우는 선에서 그쳤을 뿐이다.

그러나 이 일은 그러한 권력형 비리들을 무더기로 저지른 것도 모자라서, 그 단계를 아예 뛰어넘은 지 오래라는 점에서 엄청나게 심각한 사건이다.

단순히 대통령의 권력의지에 영향력을 행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런 황당한 의사결정을 억지로 관철시키기 위해서 반대하는 인사들을 내쫓거나, 온갖 전횡을 일삼으로서 국정 운영 및 인사는 물론이고, 외교관계나 국민정서에까지 심대하게 악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 부작용과 내놓은 결과물들은 청와대는 물론이고 현 내각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7] 또한 이를 위해서 가뜩이나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어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던 검찰과 관련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주어 요직에 앉혀놓거나 사정국면을 조성한 결과, 온갖 법조계 비리 사건들이 연이어 폭탄처럼 터져나오게 되었다.

당연히 한국 법조계와 검찰의 위신, 신뢰는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바닥에 떨어진 상황. 그리고 이러한 사건의 전말이 현재진행형으로 까발려짐으로서, 이 모든 사단에 가장 큰 책임을 지니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몰락했고 이는 남은 대선까지 남은 임기 1년 6개월의 정치국면을 대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것이 추후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최순실 하나 때문에 현 정부뿐만 아니라, 그 뒤의 정부까지도 흔들리게 생겼다.

▲ 나무위키 캡쳐
요약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건이며, 동시에 대통령을 지지한 국민들에게는 엄청난 통수를, 지지하지 않던 국민들에게는 초대형 빅엿을 선사한 사건이다.

박근혜를 지지하거나, 그와 다른 입장을 지닌 후보들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있었어도, 최순실을 지지하거나, 반대한 유권자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탄핵소추 사유라는 의견이 많다. 이미 이재명 시장 등 다소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치인들이나 국민들 중에서는 자진 사퇴나, 하야를 논하는 인물들도 있을 정도다. 사태의 전말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모르나, 최순실 게이트 초반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7일 동안 비공개 단식을 하는 등 필사적인 노력으로 국감의 증인채택을 막아내면서 더 큰 불길로 번지는 것을 막는가 했지만...

청와대 핵심 기밀문서도 유출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태는 들불처럼 번졌다. 박 대통령이 '사실무근이다. 불법은 없었으며 있었다면 처벌 받아야 한다.'라고 정면 돌파하고 10차 개헌을 언급하며 정국전환을 시도한 직후였다.

결국 2016년 10월 24, 25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가 '탄핵' 관련 단어로 가득 채워지고, 25일 15:43경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도움을 조금 받아 온 것은 사실이다'라고 대국민사과를 하기에 이르렀으나, 최순실이 비선 국정 자문 모임을 운영해 왔다는 주장까지 하필 대통령이 사과를 하던 바로 그때에 보도되는 등,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대국민사과 직후 JTBC가 기다렸다는 듯 본 사안과 관련된 후속보도를 예고했으며 TV조선이 특집 보도를 예고하며 가세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언론들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며 달려들어 주요 소식으로 다루고 나섰고, 26일 대학가에서 연이은 시국선언이 나오고 있다. 시국선언 외에도 박 대통령의 탄핵,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 또한 벌어지고 있다.

엄청난 검증의 쓰나미가 몰아닥칠 것입니다라던 박 대통령 본인의 말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저 때는 이명박 당시 후보를 두고 한 말이었지만 이번엔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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