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캡쳐
독일 검찰이 최순실 씨의 자금 세탁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제로 최순실씨(60)가 지난 1년 간 독일에 자금세탁을 위한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인맥은 물론 활용 가능한 편법까지 총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독일 검찰은 최근까지 최씨의 거주지던 슈미텐 시에서 최씨가 설립한 2개 법인이 자금 세탁용 창구라고 확신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검찰 대변인은 "슈미텐에서 자금 세탁 혐의에 대한 고발이 접수돼 수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30일 뉴스1이 독일 정부로부터 확인한 법인등기에 따르면 최씨가 '비덱 스포츠'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 17일로, 이날부터 등기부등본에 마지막 변동사항이 기록된 10월18일까지 1년3개월하고도 2일을 더한 460일 동안 모종의 작업이 이뤄졌다.

이 사이에 기록된 등기 내용과 최씨의 측근, 당사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최씨가 독일에서 운용한 핵심 인맥은 최소 5명이며 최씨는 이들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편법 또는 위법도 불사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가 독일 법인에 처음 손을 댄 지난해 7월17일, 최씨의 법무를 대리하는 A변호사는 독일인 안드레아스 코글린으로부터 현지 법인 '마인제959'를 매입해 한달여 뒤인 8월19일 '코레 스포츠 인터네셔널'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마인제959는 실질 법인이 아닌 법인 설립 시간을 줄이기 위해 판매되는 용도의 '셸프 컴퍼니'(shelf company)였다. 자본금도 법인 설립 최소조건인 2만5000유로(약 3200만원)로, 실제적인 기업 활동은 전무한 상태였다.

셸프 컴퍼니는 범죄나 부정한 업무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최씨는 법인 설립 절차가 오래 걸리는 현지법을 회피하고자 이같은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A 변호사는 지난해 10월27일 코레 스포츠 인터네셔널의 주소지를 논란의 장소인 헤센 주 슈미텐 쇠네아우스지히트 9번지로 변경했다. 지금의 '비덱 타우누스 호텔'이다.

하지만 최씨가 현지 주민으로부터 호텔을 실제 매입한 시기는 그로부터 2주가 지난 뒤인 지난해 11월12일이었다. 실질 양도 계약이 이뤄지기 전에 주소지가 이전된 점에 의문이 제기된다.

최씨는 같은 시기였던 11월 5일 조카인 장유진씨(장시호로 개명)를 끌어들였다. A 변호사가 임시로 맡고 있던 자본금을 전부 매입하면서 실질적인 주주 자리에 오르는 의례적 절차에 들어가면서다.

한때 승마선수던 장씨는 최씨와 정유라씨(20)에게 5000유로의 자본금을 내어준 뒤 약 1달 만인 12월11일 자신 명의의 자본금 전부를 사촌 정씨에 매각하며 등본상에서 사라진다.

장씨가 독일 법인 설립과 유지에 있어서 최씨 모녀에 일조를 한 셈이다. 최근 불거진 장씨의 '실세' 의혹도 이같은 장씨와 최씨 모녀와의 매각 작업 참여를 두고 제기된 측면이 있다.

한편 최씨는 지난해 12월 8일 딸과 함께 소유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국내에서 최대 25만유로를 대출받았다. 당시 정씨는 훈련을 위해 국내가 아닌 독일에 체류, 한국에서 직접 대출 계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불법 대출 정황이 드러난다.

이렇게 정씨로 유입된 자금이 정확히 어떤 경로로 독일에 넘어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12월 대출과 동시에 장씨가 코레 스포츠 인터네셔널의 자본금을 정씨에 매각한 것을 미뤄 봤을 때, 이 법인이 최씨와 정씨의 자금 유입 또는 세탁 통로였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해당 시기를 기점으로 코레 스포츠 인터네셔널은 현재 명칭인 '비덱 스포츠'로 법인명을 변경한다. 이어 지난 2월 말 정씨가 프랑스에서 한 차례 국제대회를 치른 직후인 3월 3일 사업목적에 '호텔과 레스토랑 영업'을 추가하며 비덱 타우누스 호텔 영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마르쿠스 킨켈 슈미텐 시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비덱 타우누스 호텔은 한국 승마 선수들을 위한 숙소로 운영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웃 주민들은 타우누스 호텔에서 투숙객이 오고가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유령 회사'였던 것이다.

실제 올초부터 또다른 현지 조력자인 박모씨가 채용돼 최씨의 영업을 도우며 호텔 지배인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씨는 올해 6월 1일에야 등기 상 비덱 스포츠의 업무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씨는 논란이 불거진 지난 17일쯤부터 최씨와 함께 잠적했다.

6월부터 9월까지 조용하던 최씨의 법인 등기부등본은 최씨가 한국에서 불거진 논란을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복잡한 내용으로 채워진다.

지난 8~9월 국내에서 최씨와 관련된 논란이 잇따라 터졌다.

특히 여러 매체들이 자신에 대한 비선실세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하자 최씨는 9월 3일 독일로 출국한 뒤 사실상 법인 청산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소지가 되는 증거를 없애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월 8일 최씨는 올 3월 설립한 한국 법인의 쌍둥이회사 '더블루K'의 고영태씨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시킨 뒤 그 자리에 A 변호사를 대신 앉혔다. 이와 관련해 A 변호사는 이러한 절차가 독일 법인을 청산하기 위한 사전 조치란 점을 시사했다.

최씨는 이어 자신 소유 자본금 가운데 7500유로를 딸 정씨에 분할 양도하는 절차를 9월 15일 밟는다. 당시 정씨는 일주일 뒤 다름슈타트에서 열리는 경기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더불어 자신을 도와 온 박씨의 업무대리인직도 9월 26일 상실시켰다.

지난 18일에는 양쪽 법인 모두에서 주주 변동이 기록됐다. 비덱 스포츠의 경우, 현지 승마코치이자 최씨의 가까운 현지 인맥이던 크리스티안 캄플라데씨가 최씨와 정씨로부터 자본금 모두를 사들였으며 독일 더블루K 역시 A 변호사가 자본금을 최씨와 정씨로부터 전부 매입했다.

이와 관련해 캄플라데씨는 "최씨가 이제 독일 장기 체류 허가를 받아서 내게 법인을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 일련의 과정은 모두 법인 청산 절차를 쉽게 처리하기 위한 절차로 해석된다.

게다가 최씨의 호텔 매입과 법인 설립을 둘러싸고 자금 세탁 의혹도 제시되는 상황이다. 프랑크푸르트 지역지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FR)는 28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검찰이 슈미텐에서 자금 세탁 혐의에 관한 고발을 접수한 뒤 이에 관한 수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 대상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슈미텐 지역은 프랑크푸르트 북쪽의 작은 시골 마을이란 점에서 검찰 수사는 앞서 자금 세탁 의혹이 불거진 최씨의 2개 법인에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FR은 자금세탁 수사 보도 도입부부터 범죄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최씨의 스캔들을 비중 있게 언급한 뒤 검찰의 수사 사실을 소개했다. 사실상 최씨의 연루 가능성을 시사한 곳이다.

다만 니젠 대변인은 최씨가 소유한 슈미텐 소재 호텔과 주택 인근에서 경찰이 지난주 탐문수사를 했다는 목격담에 관련해서는 검찰도 아는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씨가 지난해 11월12일 비덱 스포츠를 통해 매입한 비덱 타우누스 호텔은 종전까지 독일 현지인이 운영하던, 지역에서 꽤 잘 알려진 숙박 업소였다.

하지만 최씨가 운영하게 되면서 이름을 바꾸고 손님들도 거의 받지 않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호텔과 비덱 스포츠, 또다른 유령법인 '더블루K'가 최씨의 자금 세탁 창구는 물론 독일 장기체류를 위한 방편이었을 수 있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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