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미술사가 마틴 베일리는 오는 11월 3일 출간될 자신의 저서 '남쪽의 화실'에서 빈센트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이유는 동료화가 폴 고갱과의 싸움 때문이 아니라 동생 테오의 결혼 소식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반 고흐의 1898년작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사지출처: 위키피디아>
[김승혜 기자]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동료 화가 폴 고갱으로부터 작품에 대한 비판을 들은 후 분노해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것이 지금까지 미술계에서 전해내려오는 정설이다.

하지만 고흐가 귀를 자른 것은 고갱 때문이 아니라 동생 테오 때문이란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테오는 고흐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이자, 가장 충실한 지지자였고, 재정적 지원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테오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한 고흐가 상실감과 소외감, 그리고 재정적 지원을 못받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등으로 인해 자해를 했다는 것이다.

가디언과 텔레그래프는 영국 미술사가 마틴 베일리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고흐 미술관 기록 보관서에 있는 고흐 및 주변 가족들의 서신들을 조사한 결과,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날인 1888년 12월 23일에 동생의 약혼 통지 편지를 받은 것이 확실하다는 주장을 새 책에서 밝혔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금까지 미술사학계에서는 고흐가 귀를 자르는 자해를 한 이후에 동생 테오의 편지를 받았다는 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앞서 올해 초에는 고흐가 잘라낸 귀를 종이에 싸서 가져다 준 여성이 창녀가 아니라 사창가에서 세탁부로 일하던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 새로 확인되기도 했다.

베일리는 오는 11월 3일 출간될 저서 '남쪽의 화실: 프로방스의 반 고흐'에서 "고흐가 귀를 자르기 몇시간 전 파리에서 편지가 왔다. 편지는 테오가 보낸 것으로 요하나 (조) 봉제르라는 여성과 만난 지 며칠 만에 결혼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빈센트는 가장 가까운 동료인 테오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테오의 약혼 소식이 근본적인 이유는 아닐지 모르지만, 파괴적인 행동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편지 자체는 현재 사라지고 없다. 다만 테오의 약혼자 봉제르의 오빠 앙리가 12월 23일 여동생의 약혼 뉴스 편지를 받았다는 기록은 남아 있다.이틀 전인 12월 21일 테오가 어머니에게 보낸 결혼 허락 요청 편지도 남아 있다. 베일리는 봉제르가 오빠에게 약혼 사실을 알리는 편지를 쓴 날 테오 역시 형 빈센트에게 자신의 약혼을 편지로 알렸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베일리는 지난 2009년에도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가 테오의 결혼때문이었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있다. 특히 고흐가 귀를 자른지 약 한 달 뒤에 그린 '양파가 있는 정물'을 보면 편지봉투 한 개가 그려져 있는데, 이 봉투를 자세히 보면 숫자 67이 적혀져 있고, 이는 테오가 살던 파리 아파트 근처의 우체국 번호라는 것이다. 또 봉투에는 새해표식 인장도 그려져 있는데, 당시에는 대부분 12월달에 이런 인장을 찍곤 했다. 따라서 고흐가 이 그림에서 귀를 자르기 전에 동생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그려 넣었으며, 그만큼 고흐에게 동생의 편지가 큰 의미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있다고 주장했다.

테오는 1889년 4월 18일 봉제르와 결혼했으며, 형 빈센트가 자살한 1890년 7월 29일로부터 약 반년 뒤인 1891년 1월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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