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197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쌍둥이 여성 듀엣 바니걸스(토끼소녀)의 언니 고정숙(61)씨가 3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1955년생 부산 출신의 고인은 쌍둥이 동생인 고재숙(62)과 바니걸스를 꾸려 1971년 '하필이면 그 사람'으로 데뷔했다. '록의 대부' 신중현이 작곡한 곡이다. 두 사람의 모친이 자매를 가수로 만들기 위해 고향인 부산에서 상경해 신중현을 만나 설득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검은 장미', '그사람 데려다 주오', '애수의 소야곡', '짝사랑', 등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워터루' 등의 스웨덴 팝 그룹 '아바'의 히트곡을 번안곡으로 국내 소개하기도 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박성서 씨는 "귀여운 외모에 경쾌한 노래, 발랄한 율동, 깜찍한 무대 매너로 인기를 한몸에 받은 70년대 대표적인 쌍둥이 가수 바니걸스"라고 떠올렸다. "목소리만 들으면 한사람인데 실제로 보면 둘이었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던 쌍둥이 가수"라는 것이다.

똑같은 얼굴과 모습과 표정, 똑같은 의상과 춤으로 인기를 누린 이들을 두고 누가 언니고 동생인지 당시 내기를 했을 정도다.

박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들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항상 언니가 오른쪽, 동생이 왼쪽에 선다는 사실"이라며 "길을 걸을 때나 노래할 때는 물론 사진을 찍을 때도 자리를 바꾸면 어색해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잠잘 때도 역시 그렇게 나란히 누워야 숙면을 취할 정도로 오래된 습관이었다"고 덧붙였다.

유족은 "동생 고재숙씨가 무척 상심해 있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딸 우사라씨가 있다.

이후 남성듀엣 노고지리, 1980년대 수와 진 그리고 2000년대 량현량하, 뚜띠, 믹키, 샤인 등이 바니걸스의 계보를 잇는 쌍둥이 듀오라고 전했다. 빈소 강남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 11월 2일 오전 7시, 장지 경기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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