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합병으로 자기자본 7조원 규모의 공룡 증권사가 탄생한다.

하지만 통합 미래에셋대우의 앞길에는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자기자본 확충 등 만만치 않은 난제가 남겨져 있다.

두 회사는 4일 오전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안을 의결했다. 합병 추진 과정에서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큰 반발 없이 합병안이 승인됐다.

합병 후 존속회사의 명칭은 통합미래에셋대우가 된다. 미래에셋증권이 소멸 법인 미래에셋대우가 존속 법인이다.

통합 미래에셋대우는 오는 12월29일 출범한다. 미래에셋증권이 소멸하고 존속법인인 미래에셋대우에 통합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소멸법인인 미래에셋증권 주식은 12월 21일부터 2017년 1월19일까지 거래가 정지된다.

현재 합병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등 중요한 결정이 이뤄질 때 이에 반대한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사줄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국민연금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이번 합병안에 기권 의견을 냈다. 현재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보다 낮게 형성돼 있어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각각 7999원과 2만3372원이다. 국민연금은 양사의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식매수청구권 신청기간은 이달 17일까지다.

국민연금은 미래에셋대우 지분의 6.54%와 미래에셋증권 지분의 9.19%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자사주 매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40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다른 개인투자자들까지 청구에 가세할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진다.

주총에서 합병이 승인된 이후 양사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다.

4일 오후 2시45분 현재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전일 대비 4.83% 오른 2만2800원, 미래에셋대우 주가는 전일 대비 3.05% 오른 7770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주가가 현재와 같은 흐름으로 간다면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통합 미래에셋대우가 증권주 중 대장주가 될텐데 기관 입장에서 포트폴리오에 한 주도 넣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자본 8조원 '초대형 IB' 탄생할까…자사주 매각, 영구채 발행 등 검토

합병 후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 규모는 6조7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올해 이익을 포함하면 자기자본 규모는 내년 7조원대가 된다.

미래에셋대우는 통합 후 자기자본 규모를 8조원 이상으로 키워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기준을 충족한다는 비전을 세워두고 있다.

초대형 IB가 되면 종합금융투자계좌(IMA) 등을 통해 기업 인수합병 관련 대출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당장 이 목표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당초 미래에셋대우는 5000억원의 영구채를 발행해 자기자본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가 자기자본 산정시 영구채를 제외하거나 발행액의 일부만 인정하기로 방침을 세우면서 이 방안에는 제동이 걸린 상태다.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현실적으로 당장 자기자본 1조원을 늘리기도 어렵고, 금융위가 초대형 IB에 주겠다는 혜택도 불분명하다"며 "시차를 두고 자기자본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미래에셋대우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합병 과정에서 미래에셋대우 지분을 43% 가량 인수했는데 합병 후에는 이 주식이 자사주로 분류돼 자기자본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지분을 기관투자자 등에 매각하면 자기자본 규모를 늘릴 수 있다.

조 대표는 "자기주식 일부에 투자자를 유치해 1조원의 자기자본을 확충하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며 "그렇게 진행이 된다면 공시를 통해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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