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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문화융성 아닌 문화농락"
김승혜 기자  |  s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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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06  17: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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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혜 기자]'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가 '문화융성'이었던 만큼, 실망감이 크다는 반증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어 "문화계가 농락당했다"는 반응과 함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진보단체는 물론 무용계까지

'우리가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는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해명과 진상규명을 요구한 문화연대·한국작가회의·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이 주축이 됐다.

이들은 288개 문화 예술 단체가 참여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의 많은 부분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벌어졌다는 사실과 문화융성 운운했던 박근혜 정부 문화정책이란 것이 사실상 최순실·차은택의 사익을 위해 철저하게 기획됐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문화예술계 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연극협회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권력의 뒤편에서 기생한 하수인들은 모두 물러나길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출판계도 동참하고 나섰다. 출판종사자들은 현재 SNS 등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출판인 선언' 서명을 받고 있다. 만화가들의 모임인 '우리만화연대' 역시 더 큰 불행을 자초하기 전에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보탰다.

점잖은 무용계까지 가세했다. 이종호, 장광열 등 무용 평론가들이 추축이 된 한국춤비평가협회의는 시국선언문을 내고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무용계를 비롯 문화예술계의 현장은 싸늘하게 식어왔다"며 "대통령 권력 배후에서 문화예술계를 농단한 이들의 책임은 그것대로 엄중히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계 반발 왜?

예술가적인 기질이 강한 문화예술인들은 웬만한 일이 아니면 잘 뭉치지 않는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해서 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블랙리스트 명단이 불씨를 지폈다.

'대한민국은 검열 공화국'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떠돈 가운데 '문화계 바깥 인물'들인 최순실과 그의 측근인 차은택 광고 감독에 의해 문화계가 농락당했다는 억하심정까지 더해진 것이다.

특히 공연계는 전문성도 없는 차 감독이 만든 조악한 뮤지컬 '원데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고 1억7890만원을 긴급 지원한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견우와 직녀를 소재로 한 융복합 공연 '원데이'는 '문화가 있는 날'인 2014년 8월27일 상명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이후 한번도 무대에 오른 적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일 직접 관람해 화제가 됐는데, 정작 대학로를 꾸려가는 연극인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원이 끊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그간 누적돼왔다.

공연 관계자는 "정말 지원을 해줘야 하는 연극인들은 블랙리스트로 구분해놓고는 이런 작품에 국고를 긴급 지원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함께 '문화융성' 자체에 의문을 품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획일화된 사업과 정책을 통해서 융성하는 것이 문화일 수 없는데, 그마저 특정인의 의해 농단당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꾸준히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로 최근 연희단 거리패와 함께 한국에서 '서울시민' 등을 공연한 히라타 오리자는 "일본도 한국도 정부가 극장의 예술에 개입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저의 예술가들은 정치적인 주장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복합공연 '하루' 공연장 찾은 박근혜 대통령과 차은택 감독
◇'최순실 게이트' 여파 연예계까지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는 순수예술뿐만 아니라 대중문화계까지 번지고 있다.

손병휘와 정민아 등 홍대 앞 뮤지션과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 등이 주축이 된 '음악인 시국선언'은 최근 페이스북을 개설하고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선언'을 공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을 그만두고, 법의 심판을 받아 민주공화국 부활에 기여하라" 등을 요구한 이 선언문은 8일 공식 발표할 예정으로 현재 다른 뮤지션들의 동참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최순실 관련 인물들과 연관성이 있다는 설에 휩싸인 연예인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순실의 측근인 고영태와 관련 루머에 휩싸였던 배우 박해진은 바로 반박에 나섰고 최순실 씨 언니인 최순득 씨와 연관성을 의심 받은 연예인 모임 '회오리 축구단'은 단숨에 화제가 됐다. 이 축구단의 전현직 회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실명은 언급하지 않은 채 특정 톱 가수와 대형기획사가 최순실 일가와 친분이 있다는 주장을 펼쳐 관련 회사로 지목된 YG엔터테인먼트는 긴급히 해명을 내놓고 루머에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이승철 역시 최순실 관련 의혹에 부인, 루머 등과 관련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한 때 가요계에서 뮤직비디오를 만든 차은택 감독으로 인해 그와 친분이나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들 역시 함구하느라 바쁘다. 차 감독은 연예계의 급격한 흐름을 좇지 못하자, 정부 쪽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계뿐 아니라 연예계에 실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 씨와 인연이 있다는 설에 휩싸인 연예인들 역시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는 "정치가 연예계보다 재미있다는 대중의 반응으로 인해 연예 관련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식었다"며 "대중문화 산업마저 정치계에 휘둘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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