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와 부인 멜라니아
[김승혜 기자]“멜라니아, 돈, 이방카, 에릭, 티퍼니, 그리고 배런…. 힘든 여정을 함께해 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기를 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당선 소감 연설 도중 부인부터 자녀들 이름을 차례로 읊었다. 공화당 내에서 ‘아웃사이더’였던 그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그랬듯 앞으로 백악관 운영도 ‘가족기업’처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캠페인 내내 존재가 묻혔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공화당 인맥들은 트럼프 집권 이후에도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이나 결혼한 전력으로 ‘사생활이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은 트럼프였지만 가족들은 유세 기간 내내 그를 위해 헌신했다.

트럼프의 가족은 부인 멜라니아(46)와 3남2녀가 있다. 슬로베니아 태생인 멜라니아는 영국을 제외한 외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퍼스트레이디가 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트럼프는 모델 일을 하던 멜라니아와 2005년 세번째로 결혼해 막내아들 배런(10)을 낳았다.

옛 유고슬라비아 노보메스토에서 차량 판매점을 운영하던 아버지와 아동의류 디자이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멜라니아 크나브스는 16세 때부터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류블랴나대 중퇴 후 이탈리아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 등에서 모델생활을 하다가 1996년 뉴욕으로 건너왔다.

트럼프를 처음 만난 것은 1998년 뉴욕패션위크의 파티장에서였다. 트럼프는 당시 둘째 부인인 배우 말라 메이플스와 별거 중이었다. 트럼프와 멜라니아가 2005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호화 골프리조트에서 결혼식을 했을 때는 당시만 해도 트럼프와 친했던 빌·힐러리 클린턴 부부가 함께 참석했다.

멜라니아는 막말로 유명한 남편과 달리 조용하고 신중한 편이다. 지난달 남편의 11년 전 성폭행 시도 자랑 동영상이 공개돼 위기에 처하자 멜라니아는 “여성으로서 참을 수 없지만 용서해 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공식 데뷔 무대였던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미셸 오바마의 연설을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멜라니아의 모국인 슬로베니아는 트럼프 당선에 환호했다. 슬로베니아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지난해 4월 이후 ‘멜라니아 효과’로 최근까지 미국인 관광객이 23% 증가했다”며 관광업 등 경제 호황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첫째 부인인 체코 출신 모델 이바나와의 사이에서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39), 장녀 이반카(35), 차남 에릭(32)을 낳았다. 둘째 부인 메이플스와는 차녀 티파니(23)를 뒀다. 자녀들 중 가장 조명을 받는 이는 큰딸 이반카다.

▲ 이방카
장녀 이방카(35)는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재원으로 이번 선거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트럼프의 ‘비밀병기’였던 그는 전당대회 마지막 날(7월 21일) 연단에 올라 “트럼프 그룹에선 여성이 동등한 임금을 받고, 어머니가 되면 회사의 지원을 받는다”며 ‘여성 혐오자’라는 비판을 받던 아버지를 변호했다.

아버지가 취임하면 ‘퍼스트도터’라 불릴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트럼프 캠프를 막후에서 이끌었다.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코리 루언다우스키 선거본부장을 경질하도록 조언한 것도 이반카였다. “트럼프는 이반카의 말을 정말 잘 듣는다”는 얘기도 있다.

그는 특히 여성 유권자들에게 비호감이었던 아버지의 약점을 메우려 노력했다. 출산휴가 6주·보육비 세금공제 등 여성 공약을 만드는 데도 기여했다. 정권인수위 예비 팀을 꾸린 이반카의 남편 재러드 쿠시너(35)도 캠프의 숨은 실세로 불린다.

이방카는 새어머니 멜라니아의 결점까지 메웠다. 슬로베니아 모델 출신인 멜라니아는 누드 화보집과 이민법 위반 의혹 등으로 유세 기간 내내 공격을 받았다. 특히 전당대회에서 8년 전 미셸 오바마 여사의 연설 문구를 모방한 듯한 연설을 한 것이 들통난 뒤로는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 선거 일주일 전 다시 연단에 올라 남편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방카의 남편이자 트럼프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35)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집안 출신으로 유대계 표심 잡기에 일조했다. 3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중립을 취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에 유대인 사회가 격분하자 쿠슈너는 유대인 지도자들과 접촉하며 들끓는 여론을 잠재웠다.

도널드 주니어와 에릭 두 아들도 부통령 후보 선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트럼프 캠프의 핵심 역할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아들이 10대 시절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한 데다 성장기에 체코 외가의 영향을 주로 받아 가정에 충실하며 겸손한 성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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