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박정희 대통령이 생전에 반대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은 자기 사후(死後)에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그리하라는 얘기였다.

‘경제 부흥’ 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런 아버지의 소중했던 딸은 말똥 구린내로 이 나라를 뒤엎었다.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도 가난한 나라를 일으켜 세운 뒤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부모에 대한 국민의 '보답 심리'요, '결혼도 않고 아이도 없는' 대통령이 최소한 비리는 안 저지를 것이라는 믿음 외에 별다른 이유가 없다. 그런 국민의 신뢰를 대통령은 최태민·순실 부녀에게 의존해 국정을 농단하는 것으로 깨버렸다. 그리고 오늘, ‘피의자 박근혜’로 국민 앞에 섰다

박근혜가 사퇴해야만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불효’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번의 대국민 사과를 했다. 대국민 사과에서 ‘보좌진이 완비되기 이전에, 홍보와 연설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조언을 구한 시기와 범위를 한정했다.

그러나 이는 수시간 만에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최씨가 외교·안보와 인사 등 국정 전반에 걸쳐 깊숙이 개입했으며, 그것도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증언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눈시울을 붉혀가며 사과하는 자리에서까지 거짓말을 한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 시나리오에서부터 외교 사절 면담, 대통령 업무보고, 국무회의 자료에 이르기까지 영역 구분이 없다.

‘세월호 7시간‘의 의혹에 대해서도 ’아니다‘ 라고만 할 뿐 ’이랬다‘는 답이 없다. 어떤 폭로가 또 나올지 시민들이 걱정할 지경이다.

박근혜가 사퇴해야만 하는 두 번째 이유는 ‘거짓말’이다

지금 국민들은 박 대통령을 과연 민주국가의 대통령으로 봐야 할지 의문이 제기하고 있다.

최씨와 함께 일했던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의 한 명인 정호성 부속비서관이 거의 매일 두께 30㎝ 분량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최씨 사무실로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 중 10%만 재단 업무였고, 나머지 90%는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 정책 관련 사안이었다고 했다.

최씨가 각 분야 전문가들을 불러 국정현안을 논의한 뒤 청와대로 결과를 보내면 그 결과가 문서화되어 재단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 모임에서 장관을 만들고 안 만들고가 결정됐다”고 했으며 이런 일은 올봄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최씨가 대통령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구조”라는 증언까지 했다.

비선조직이 일상적으로 활동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항변하고, 최씨 행위가 국정농단이냐고 반문한 관계자도 있었다고 한다. 국정 사령탑으로서 이런 수준의 현실인식으로는 국가를 맡길 수 없다.

박근혜가 사퇴해야만 하는 세 번째 이유는 ‘무능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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