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다음달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일부 통장의 예금금리를 낮춘다.

은행이 갖가지 구실을 붙이기 좋은 상황을 이용해 예금금리는 올리지 않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포함한 대출금리만 인상하고 있다. 금리상승기를 앞두고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 확대를 통한 이자이익 창출에 골몰한다는 비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정확대 공약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져 글로벌 채권금리가 상승, 국내 시장금리도 덩달아 뛰어오른 상황이다.

다음달을 기점으로 미국이 금리인상기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강하다. 여기에 가계대출 증가속도를 조절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까지 겹쳐, 은행들은 가계대출 조이기를 이유로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인 바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달 19일부터 유(U)드림 레디고(Ready高) 통장의 우대이자율을 낮춘다. 기본우대이자율은 연 최고 2.4%에서 1.2%로 1.2%포인트 깎이고 추가우대이자율도 연 최고 0.7%에서 0.3%로 낮아진다.

유드림레디고 통장은 입출이 자유로운 수시입출식 통장으로,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 출시되면서 2012년 판매가 중단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수시입출금 통장이 일반적인 예적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 후에도 연 최고 기본우대이자율이 1.2%수준이기 때문에 다른 수시입출금 통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고금리라는 것.

국민은행도 KB★스토리(Story)통장, KB연금우대통장, KB사랑나눔통장 등 3가지 통장의 금리를 다음달 10일 내린다.

KB★Story통장과 KB연금우대통장의 우대이율은 2.00%에서 1.00%로, KB사랑나눔통장의 기본이율은 1.00%에서 0.50%로 낮아진다.

시중은행들은 앞서 지난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내린 뒤 줄줄이 수신금리를 인하했다.

대출금리만 상승하는 경향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강해졌다.

트럼프가 당선된 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채권금리가 급등했다. 이에 따라 한국 국채금리가 단기간에 뛰어올라 시장금리도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9일(1.402%)부터 22일(1.735%)까지 10거래일간 국채3년물 금리는 33.3bp(1bp=0.01%포인트) 올랐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자금 조달비용이 늘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단 것이 은행들의 입장이다.

문제는 영업점 운영 비용 등을 반영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가산금리다.

금융채금리(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서 정해지는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를 끌어올리는 데는 가산금리의 상승도 한몫했다.

국민은행의 '포유(For You) 장기대출'(5년 고정혼합형) 금리는 8월말 2.74~4.04%에서 22일 기준 3.39~4.69%로 0.65%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붙는 가산금리는 2.63%에서 2.69%로 0.06%포인트 높아졌다.

신한은행의 고정금리는 2.8~4.1%에서 3.5~4.8%로 0.7%포인트 뛰었다. 가산금리는 0.1%포인트 상승한 2.55%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출금리 상승 움직임이 은행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지표인 NIM(순이자마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 인상 움직임, 조달비용의 지속적 하락으로 NIS(예대금리차) 확대도 기대된다"며 "장기적인 하락 국면에 있던 NIM이 반등할 수 있는 여건이 강해졌다"고 내다봤다.

채권금리의 변동을 앞세워 은행이 수익성 확대를 꾀한다는 비판이 거세자 은행연합회는 앞서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시장상황이 급변하면 리스크 프리미엄등이 상승해 전체 대출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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