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넋이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만난 한 원로 인사가 전하는 말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이 멘붕 상태라는 얘기다. 100만이 모인 3차 촛불집회(12일) 직전의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순실 씨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검찰과 특검 수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후 3주일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5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국회 상황을 주시하고 필요에 따라서 담화를 해야 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탄핵 시점이나 그 전에든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그런 고민을 청와대가 종합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대통령이 여야에 간절하게 무엇을 요청해야 할지, 언론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밝혀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 있다"면서 "국민 앞에 너무 안 나서고 입장표명을 안 하는 것도 이상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듯  야 3당이 검찰의 수사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9일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처리를 추진 중이어서 그 전에 박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청와대를 비롯한 친박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역대 최저인 4%까지 떨어져 여론 수습 차원에서라도 공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끝나고 탄핵안 표결을 앞두는 내달 초 무렵 3차 대국민담화 등의 자리를 마련해 자신을 향해 제기된 범죄혐의를 소명하고, 낮은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는 뜻을 호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곧이어 시작될 특검 수사를 앞두고 구체적인 해명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어,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보다는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통해 자연스럽게 간략한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권 내에선 입장 발표 시기는 야당에서 발의하는 탄핵안 내용을 검토하고, 내달 5일 청와대에 대한 국정조사 청문회까지 지켜본 뒤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누리당 친박계는 박 대통령이 무너지면 공멸이다라는 위기의식으로 탄핵반대에 올인할 수 밖에 없다. 폐족이 되는 건 물론 ‘콩밥’ 먹을 이도 나올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돈다. 탄핵정국에서 생사가 갈리는 골박의 위기감은 상상 이상이다. 탄핵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막아야하는 전쟁이다. 이정현 대표가 ‘혼이 비정상’인듯 사퇴를 거부하며 막무가내로 버티는 건 생존의 몸부림이다. 

오늘 박 대통령 지지율은 2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집권후 최저인 4%로 떨어졌다. 갤럽 조사 이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다.

이러한 상황을 박 대통령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한 원로의 지적처럼 혼이 나간건지, 그것이 아니라면 말을 해야 한다. 그것이 하야든 변명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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