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박근혜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청와대 대량 약품 구입에 대해 "모른다. 결재라인에 있지 않다"며 발뺌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 출신인 서 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에 대체로 "모른다" 또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서 원장은 26일 오후 3시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병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약구입 절차는 경호실 소속 의무실장을 통해서 한다"며 "비상근이고 비서실 소속인 주치의는 결재 라인에 속해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제2의 프로포폴'이라 불리는 전신 마취제 에토미네이트와 발기부전제로 알려진 비아그라 등을 청와대에서 구매한 부분과 관련해 "의무실장이 서명하지 않았나 싶다"며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무실에서 사용하는 약은 의사가 진료를 하고 약 처방하는데 없는 경우 요청을 하고, 의무실장이 판단해 구매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제가 사용하는 약은 알고 있고, 태반·마늘주사 같은 것은 쓴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청와대 의무실에는 대통령에게 쓰는 약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사용하는 의약품도 있다"면서 "제가 보지 않은 것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약품 구입과 비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별도의 경로로 의약품이 구매·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열어뒀다.

서 원장은 비아그라 등을 구매한 이유가 고산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을 뒷받침하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경호원은 특성상 차와 함께 뛰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고산병이 생겨 현지 병원에 갔던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수행원 중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어서 대비 차원으로 준비했었을 것 같다. 구매 라인에 저는 들어있지 않은 저로서는 그렇게 추측만 한다"고 했다.

서 원장은 차움병원 출신 김상만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태반주사 등의 시술을 했다는 점에 관해서는 "보지 못한 것을 말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서 원장은 전 주치의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이 박 대통령에 대한 미용 시술 요구를 거부해 해임됐다는 언론 보도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내게는 요구한 적이 없다"며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본 것이 없으니 말할 수 없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김 원장이 서 원장 모르게 별도로 박 대통령을 상대로 시술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건 잘 모르겠다"고 했다.

서 원장은 차움병원 출신 김상만 원장이 청와대에서 특별 대우를 받았다는 점은 인정하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서 김상만 원장을 데려오라고 했다"며 "의무실장이 김 원장에게 전화하면, 김 원장이 내게 언제 진료가 있다고 알려주는 식으로 진료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진료 시기는 통상 순방 전 같이 미리 건강을 살펴봐야할 경우 잦아지는 등 불규칙하다"며 "적어도 자문의들이 쓰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 원장은 구속기소된 최순실(60)씨와 그의 딸 정유라(20)씨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최씨의 단골 의사로 알려진 김영재 원장도 평소 알던 사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과 그의 가족 회사에서 제작하는 의료 물품이 서울대병원에 납품된 계기로는 김 원장 부인의 청탁이 있어 성형외과 쪽에 연결해줬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서 원장은 "최순실씨는 진짜로 본 적이 없고 이름도 듣지 못했다. 정유라씨도 마찬가지"라며 "제가 2월 말 주치의를 그만 둔 이후 청와대나 그런 곳의 연락을 전혀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전혀 알지 못한 사이였던 김 원장의 부인의 말을 듣고 병원 내부에 선을 놓아준 경위에 대해서는 "김 원장의 부인이 '대통령 주치의인 것을 안다'라고 말하면서 찾아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 부인이 아랍에미레이트(UAE) 순방 과정에서 계약을 체결한 유력자가 대학병원 이력을 필요로 한다는 식으로 말했고, 제가 성형외과 쪽에는 문외한이라 해당 과와 연결해줬다"며 "통상적으로 그런 일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원장 가족 회사에서 제작한 주름개선용 실은) 성형외과 검토 결과 성형용보다는 안면 비대칭 같은 질병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후 일부 교수도 샘플로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최씨의 단골 병원인 김영재 성형외과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의료용 봉합실 연구 개발 과제 특혜 의혹도 받고 있다. 서 원장은 해당 연구에 주치의 신분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 서 원장은 "봉합실 연구는 외국산이 많아 국산을 개발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김 원장 부인이 산업통상자원부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참여한 것으로 실행 과정에서는 빠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산은 기존 실적이 없어서 동물 실험을 해야 했고 교수로서 국산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라며 "사전에 김영재 원장이나 그의 부인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 원장은 최씨의 단골 의사 였던 김 원장을 예외 규정을 적용하면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진료의사로 위촉했다는 의혹에 대해 "중국 VVIP가 우리 병원 시설로 건강검진과 시술을 받는데 직함이 없는 것이 오히려 불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죄를 짓거나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원장 업무를) 기존대로 수행할 것"이라며 "정상적인 해외 출장까지 도피성으로 알려지는 것이 심히 유감스럽다. 오늘 한 점 의혹 없이 말씀드렸다는 점을 알아 달라"고 단언했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긴급 간담회를 시작하기 약 1시간30분 전인 오후 2시께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통보했다. 서 원장은 청와대 의약품 구매 의혹이 불거진 이후 돌연 출국하면서 도피 논란이 있었으나 후에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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