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박근혜 정권 집권 4년차 코스피 성적표는 낙제점이었다.

안정적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기업 이익이 늘어날 때 주가지수가 상승한다. 임기 동안 주가지수가 많이 오르면 대통령의 치적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경제의 후퇴, 기업의 역성장은 증시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증시가 얼마나 오르고 내리느냐는 대통령의 공과(功過)와도 맞닿아 있는 셈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지만, 집권 4년차인 지금의 현실은 완전 딴판이다. 앞선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 때와 비교해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집권 시작인 2013년 2월 25일부터 집권 4년차인 2016년 11월 25일까지 코스피지수(2018.89→1974.46)는 2.20%(44.4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 등 앞선 3명 대통령 임기의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유일하게 하락한 것이다.

1998년 2월 25일 임기를 시작한 김대중 대통령 때는 집권 4년차 같은 기간인 2001년 11월 25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9.28%(104.29포인트, 540.89→645.18) 상승했다.

2003년 2월 25일 임기를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2006년 11월 25일까지 무려 130.69%(805.44포인트, 616.29→1421.73) 치솟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에도 2008년 2월 25일부터 집권 4년차인 2013년 2월 25일까지 5.33%(89.95포인트, 1686.45→1776.49) 올랐다.

한 국가의 경제성과를 주가지수로 환산할 수는 없다. 또 주가지수만을 놓고 대통령을 평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매년 경제성장률이 다르고 각 대통령의 임기 동안 일어나는 변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유럽과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경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다만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치와 정책은 경제성장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나라가 있고 글로벌 경기가 좋아도 국내 경제가 흔들리는 나라가 있다.

한국 증시의 경우 글로벌 증시에 비해 크게 저평가된 상태인데 정치적 변수가 중요한 할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교보증권 김형렬 투자전략부장은 "세계 경제에서 현재 한국의 위치가 다른 나라를 이끌기보다는 끌려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증시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의 영역에서 이렇게 오래 머무른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윤지호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증시에 비해 우리 증시가 부진한 것은 정치적 노이즈가 할인률이 돼서 증시 가치를 떨어뜨린 것"이라며 "기업들은 그동안 준조세를 내고 있었고, 주주들에게 가야 할 몫은 최순실에게 돌아갔다. 공공부문도 비효율적이었고, 이런 여러 부분들이 모여서 결국 경제와 증시를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앞선 정권 때도 권력형 비리, 부정부패, 게이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본인이 연관됐으며, 국정 전반을 농단한 한국정치사에 없는 형태의 비리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5%를 밑돌며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 최저치는 노태우 전 대통령 12%, 김영삼 전 대통령 6%, 김대중 전 대통령 24%, 노무현 전 대통령 12%, 이명박 전 대통령 17% 등이었다.

경제민주화, 양질의 일자리, 한국형 복지, 미래형 창조정부 구현 등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은 어느것 하나 이뤄진 게 없다.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으로 가계부채는 대폭 늘어 1300조를 넘어선 상황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가 '박근혜 리스크'로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BK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경제성장률 자체도 떨어졌지만 박근혜 정부 임기 초에 비해 전체적으로 여러상황이 좋지 않은 측면이 많다"며 "또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등 임기 초에 내세운 공약들이 확실하게 이뤄졌다고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이런 부분들도 증시에 어느정도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은 "부패와의 전쟁은 그 국가가 어느 영역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성장률을 떨어트리기도 하고, 높이기도 한다"며 "한국의 경우 부패가 줄어들어야지만 성장률이 높아지는 국면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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