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10일째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청와대 구중궁궐 깊숙히 숨었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퇴진 요구에도 박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 앉아 눈을 닫고 귀를 막았다.

28일 여권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18일 정무직 공직자와 대사들에게 신임장을 주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한 이후,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칩거하며 한광옥 비서실장을 비롯한 소수의 핵심 참모들만 수시로 만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190만개가 전국에서 타오른 26일 밤에도 박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 홀로 머무르며 집회 상황 보고만 받았다는 얘기만 들린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도 사라졌다. 4일 2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8일 국회를 찾아가 국무총리 추천권을 여야에 넘기겠다고 선언한 것이 박 대통령이 내놓은 마지막 발언이었다.

여권 인사는 “각계 인사들이 청와대 참모들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정국 해법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피드백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여전히 버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29일까지 대면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검찰의 최후 통첩도 청와대는 침묵으로 뭉개고 있다. 박 대통령은 편파적인 검찰 수사는 보이콧하고 특검 조사만 받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혐의를 적용하려는 검찰의 파상 공세에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유영하 변호사가 입장을 밝힐 문제”라며 대응을 피하고 있다.

긴급한 국내 현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전국으로 확산 중인 고위험 조류독감(AI)과 60일을 넘긴 철도파업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검찰조사와 특검을 방어하기위해 지난 주 사표를 낸 김현웅 법무부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정무수석의 옷자락만 붙잡고 매달리고 있다.

최 수석은 박 대통령이 붙잡으면 소임을 다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장관은 사의를 접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정권 사정라인의 두 축이 흔들리는 상황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식물 청와대의 실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수석비서관실마다 총리실에 넘겨줘야 할 주요 과제들을 정리하느라 임기 초만큼 바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마디로 이삿짐 준비가 급하다는 예기다.

결국 박 대통령, '뒷방 마님'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안나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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