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30일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로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변호사<사진>를 임명했다. 그동안 자신을 수사했던 검찰의 노고에 고맙다는 뜻과 함께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박 대통령은 오늘 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 2명 중에서 박영수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고 전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원내대표는 국회 회동을 통해 특검 후보로 조승식(64·사법연수원 9기) 변호사와 박 변호사를 추천한 바 있다.

대전고검장, 서울고검장 등을 역임한 박 변호사는 조직폭력 수사 등에 능해 '강력통' 검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게 한 주역으로 알려졌지만 강력 뿐만 아니라 공안·특수 분야도 두루 거쳤다.

특히 2005년 4월부터 이례적으로 2년 가까이 대검 중수부장으로 근무하며 특수수사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재직 시절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불법 매입 의혹 사건' 'SK분식회계 사건' 등을 수사해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 특별검사는 2009년 검찰에서 퇴직한 뒤 변호사로 활동했다. 2012년 8월 대한변호사협회 산하에 만들어진 ‘지방자치단체 세금낭비 조사특별위원회(조사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2013년 2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서울시 세빛둥둥섬 사업과 관련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1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7000여억원이 투입된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해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박 특별검사는 제주 출신으로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사법시험에 합격, 1980년 사법연수원(10기)을 수료했다. 서울지검 북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수원지검 강력부장,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대전고검장 등을 지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 변호사를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강남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다.

박 특별검사에게는 준비 기간 20일, 수사 기간 70일 등 90일의 활동 기간이 보장된다. 대통령 승인을 받아 30일 연장을 받으면 최장 120일간 활동할 수 있다.

박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은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최순실씨 관련 의혹 전반으로 법에 적시된 항목만 15개다.

문제는 대통령의 '뇌물혐의'를 어떻게 밝히는냐다.

이런 맥락에서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최순실 특검'이 아니라 '박근혜 특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씨 공소장에는 "피고인 최서원, 피고인 안종범, 대통령의 공모 범행'이라는 표현이 적시됐고,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 모금 의혹과 최씨 이권 챙기기 행보와 관련된 박 대통령의 지시 내용도 구체적으로 기술됐다.

박 대통령이 검찰 대면 조사에 불응해 박 특검은 현직 대통령 조사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박 대통령은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면서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며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검찰이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넘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수사에 시동을 건 상황에서 법적 책임을 피해가기 위한 방어막을 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제3자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담보돼야 적용이 가능한데 대통령이 최씨의 사익 챙기기를 결과적으로 도왔을 수는 있지만, 범죄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특검은 수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이익을 줄 의도가 있었는지,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 모금에 관여하고 각종 이권 챙기기를 지원했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

검찰 수사에서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최순실씨 국정농단 방조·비호 의혹도 특검에서 사실상 본격 수사가 진행된다.

특히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에 임명된 후인 2014년 여름 최씨,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과 함께 골프를 쳤다고 차은택씨가 변호인을 통해 폭로해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에 최씨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게다가 차씨가 최씨 지시를 받고 김 전 실장을 공관에서 만났다고 주장해 최씨를 모른다던 김 전 실장의 기존 발언에도 의구심이 커졌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대리처방 의혹은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의 행방을 둘러싼 '7시간 의혹'과 맞물려 향후 특검에서 커다란 폭발력을 가진 사안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특검법은 의사 김영재씨의 해외 진출 지원 등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다만 특검법 수사 대상인 일련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는 별도 조항이 있어 박 특검이 김씨 수사를 고리로 세월호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특검 수사에서 벌어질 치열한 법리공방에 대비해 4~5명의 변호인단을 꾸리기로 한 청와대는 이날 특검 임명이 마무리됨에 따라 조만간 변호인단 명단을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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