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3회 순직소방공무원 추모식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서 열려 한 어머니가 아들의 묘비를 붙잡고 슬픔에 잠겨있다.
사업을 하는 지인의 어머니는 98세에 돌아가셨습니다. 말년에 형님 내외가 어머니를 모셨는데,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자꾸 집을 나가 길을 잃어버리고 이상한 행동을 해서 형님과 형수가 무척 힘들어했습니다. 둘째 아들인 지인은 그 당시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이혼을 하고 혼자 노숙인처럼 떠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형수에게 전화를 걸어 찾아뵙겠다고 말했습니다. 형수는 어머니에게 그 말을 전했고,
둘째 아들이 온다는 말에 어머니는 들떠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저녁 시간이 되어도 둘째 아들이 오지 않자 할 수 없이 어머니 식사를 먼저 차려 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식사를 하는 척하며 음식들을 몰래 주머니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이 보고 놀라서 말렸지만, 어머니는 악을 쓰며 맨손으로 뜨거운 찌개 속의 건더기들까지 집어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러고는 누가 빼앗기라도 할까 봐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밤이 되어서야 둘째 아들이 왔고, "어머니, 저 왔습니다" 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어머니가 방문을 열었습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온통 한데 뒤섞인 음식들을 꺼내놓으며 말했습니다.

"아가, 배고프지? 식기 전에 어서 먹으렴."

어머니의 손을 봤더니 뜨거운 찌개를 주머니에 넣느라 여기저기 데어 물집이 잡혀 있었습니다. 아들은 명치께가 찌르듯 아파서 아무 말도 못 한 채 그저 어머니를 덥석 안았습니다. 어머니는 다른 것은 다 몰라도 둘째 아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나 봅니다.

어머니는 자식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서는 내 한 몸 부스러지는것쯤 아무것도 아닌 사람입니다.

아무 희망 없이 살아가던 지인은 어머니의 그 물집 잡힌 손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생수 배달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튼실한 중소기업을 일궈내고 당당히 일어섰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한참 지났지만 지금도 힘든 날이면 어머니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했습니다.

"아가, 배고프지? 식기 전에 어서 먹으렴."

-송 정림<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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