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 '자물쇠'로 통하는 엘시티 실소유주 이영복(66·구속기소) 회장의 입이 열리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입을 굳게 다물고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 회장이 심장병 등 지병으로 고생하는데다, 구속되면서 심적인 압박과 변화를 일으켜 조만간 입을 열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여전히 금품 로비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수석 등 정관계 인사와 금융권 인사들에게 골프와 유흥주점 접대 등을 했다는 것은 일부 인정하고 있지만, 금품 살포는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뗀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한때 변호인을 접견하면서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해 심경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구속된 이 회장이 20일 이상 모르쇠로 일관함에 따라 혀를 내두른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물증과 정황증거, 주변인 진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장에 대한 1차 기소를 목전에 두고 계좌추적팀을 보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가운데 검찰 관계자는 현 전 정무수석이 구속되면서 이 회장이 자신의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진술을 바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이영복(66·구속기소) 청안건설 회장과 지인 간 금전 거래를 알선해 주고 대가를 챙기는 등의 수법으로 20억~30억원 가량을 불법으로 수수한 혐의를 확인했다.

▲ 차량에 내리는 현기환 전 수석
이 회장은 거액의 수표를 현 전 수석을 통해 A씨에게 건넸는데, 이 과정에서 현 전 수석이 10억원 정도를 불법으로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해운대 엘시티 비리에 개입하고 금품을 받은 정관계 유력인사들과 부산지역 유관기관장 등 누가 소환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바지사장'을 내세워 유흥주점을 운영할 만큼 유력인사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사실이 그동안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밝혀졌다. 특히 사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금품은 물론 고가의 선물과 술·골프접대 등을 통해 자기 사람으로 완전히 만들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엘시티사업 과정을 보면 고비를 맞을 때마다 특혜성 행정조치가 이뤄지고, 선심성 자금대출이 이뤄졌다.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지 않고는 사업이 성사될 수 없는 구조인데, 현 전수석을 비롯해 부산지역 정치인과 금융권 인사 등 4~5명이 이 회장의 뒤를 봐 주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게 지역 정·관가와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엘시티 정관계 로비의혹을 보면 먼저 그 핵심은 표류하는 사업에 포스코건설이 '책임준공'을 약속하며 시공을 맡은 것과, 1조78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배경이다.

따라서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 임관혁)는 현 전 정무수석 구속에 이어 전 부산시 등 산하기관 관계자 H 씨, J 씨, 금융권 S씨 등을 조만간 소환조사해 1차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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