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청와대 의무실장이 5일 "박근혜 대통령이 태반주사, 백옥주사, 감초주사 등을 맞았다"고 시인했다.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이 태반주사와 백옥주사, 감초주사를 맞은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은 5일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박 대통령에게 백옥주사와 태반주사, 감초주사를 처치한 사실이 있느냐"는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필요한 처방에 따라 처치가 됐다. 처방에 포함된 부분은 맞다"고 시인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경호원 등 청와대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정상 구매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처방 여부는 '대통령 신상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 주사들은 주로 피부미용, 피로회복 등에 사용되는 약물로, 야당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이런 주사를 맞느라 참사 수습 지휘 책무를 잊고 7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선우 의무실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실시된 '최순실 국정조사특위'에 출석, 여야 의원들의 하루종일 계속되는 질문에 국가보안, 기밀을 이유로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이제까지 어떤 주사를 청와대에서 맞아왔는지 밝히지 않았다.

이 실장은 그러나 전체회의 끝무렵인 이날 밤 11시께 박 대통령이 관련 주사들을 맞았다는 사실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이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태반주사를 맞은 게 맞느냐'는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사용된 게 맞다"고 박 대통령의 태반주사 처방 사실을 인정했다.

장 의원은 이에 "태반 주사를 대통령 외에 처방받은 청와대 직원들이 있나"라고 물었고, 이 실장은 "대통령께서 모두 맞으신 것은 아니다"라고 태반 주사를 맞은 사람이 더 있음을 시사했다.

이 실장은 구체적으로 박 대통령 외 태반 주사를 맞은 청와대 직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태반주사를 환자로 처방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어 박 대통령이 '감초 주사'도 맞은 사실을 시인했다. 이 실장은 감초주사의 경우, 박 대통령 이외에도 청와대 직원 몇명이 더 맞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백옥 주사'도 맞았다고 이 실장은 시인했다.

이 실장은 '백옥주사'의 경우에도 대통령 외 처방을 받은 청와대 직원이 "극소수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박 대통령이 백옥주사를 맞은 경위에 대해 "대통령 건강관련 사항이라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다"면서도 "미용 목적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이에 "백옥주사는 안티에이징(노화방지) 말고는 그 목적이 없다"면서 이 실장을 몰아쳤다.

이 실장은 이에대해 "그렇지 않다"며 "백옥주사는 대표적인 항산화제 중의 하나로 면역 및 빠른 회복을 위해서도 사용되고 있는 약"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주사제 등 청와대가 구입한 약품은 공식적으로 위촉된 청와대 주치의와 자문단, 의무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경호원 등 청와대 전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알려줄 청와대 내부 CCTV 영상기록은 이미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석 청와대 대통령경호실 차장은 이날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관저에 설치된 CCTV 영상기록물이 보존돼 있느냐는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 "보존기간이 지나서 보존돼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작고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쓰인 '자료제출 불가'라는 문구를 근거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세월호 참사 관련 '어떤 자료도 제출할 수 없다'는 지시를 한 것"이라며 "이후로 비서실과 경호실, 안보실이 자료를 꽁꽁 숨겼고, CCTV 자료를 지워버릴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 의약품 불출내용을 기록한 공식 문서에 '사모님'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에게 "2015년 6월24일 의약품 불출 대장에 '사모님'이라는 기록이 등장한다.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윤소하 의원은 "불출대장에 상식적으로 '사모님'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수 있나"며 "(청와대에서 불출대장을) 가린다고 가렸는데 ('사모님'이라는 단어를) 못가린 것"이라며 "자낙스 등의 의약품도 시차적응을 위해 구입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재고와 불출량이 안 맞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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