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로, 오너 일가 및 전문경영인 등과 함께 삼성의 3대 축으로 평가받던 미래전략실이 해체 위기에 놓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폐지를 공식 언급하면서 향후 구체적 시나리오가 어떻게 진행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삼성의 비상식적인 지원 배경에 미래전략실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며 “그룹 최고경영자인 이 부회장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해야 한다. 아버님의 약속을 실천하라”고 이재용 부회장을 압박했다.  

이 부회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 저 자신도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달게 받겠다”고 대답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창업주인 선대 회장께서 만들었고, 회장께서 유지해온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께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파장은 컸다.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져 나온 미전실 폐지 파장에 삼성은 벌집 쑤셔놓은 분위기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미전실 폐지를 공언함에 따라 그룹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기능을 이번에 아예 없앨 것인지 아니면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 관심이다.

삼성은 그룹 총수가 기업의 미래를 제시하면 각 계열사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구조다. 총수와 계열사 간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는 곳이 미래전략실이다. 상법상 존재하지는 않는 조직으로, 사실상 그룹 총수가 직접 관리하는 부서다.

경쟁이 치열한 국제 경영 환경 속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대응은 기업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인 삼성에서 컨트롤 타워 기능은 반드시 요구된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 기능 부재는 전장에서 일사분란한 지휘통솔이 제대로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면서 "그 기능은 반드시 필요하고 존재돼야 할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도 삼성의 미전실 해체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 "그룹의 콘트롤타워 없이 경영이 될 수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삼성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 최근 지주회사 전환방침을 밝힌 삼성전자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그룹의 의사결정시스템이 삼성전자를 통해 자연스럽게 구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성은 향후 6개월여에 걸쳐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방안 마련할 계획이고 이에맞춰 미전실 해체 작업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전략실은 현재 8개팀 체제(전략1팀·전략2팀·경영진단팀·기획팀·커뮤니케이션팀·인사지원팀·금융지원팀·준법경영팀)로 총 150여명 가량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미전실 소속인 사장과 부사장을 비롯 임원급 40여명에 대한 인사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전실 소속 임원들 인사와 그룹의 연말 인사를 맞물려 단행할 경우 인사폭은 사상 최대수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조직재편, 대대적인 인사와 맞물려 그룹 안팎에 쇄신 바람도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지난 6일 국회 청문회 자리에서 정경유착 근절을 선언하면서 그룹 경영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미래전략실의 해체는 과거처럼 소속과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변하는 것과 지주회사로 전환해 법적 근거를 갖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며 "후자의 방향은 삼성물산의 합병 못지 않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어떤 선택을 할지 사회와 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의 창업자였던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 비서실을 모태로 해 이건희 회장이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의 이름으로 유지했던 조직이다. 이 회장은 2008년 삼성 특검과 관련해 폐지했던 전략기획실을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해 같은해 11월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전략기획실을 부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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