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추락하는데 날개가 없다"

한국경제가 사면초가 상황이다.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이 사상 처음 3년 연속 2%대 저성장이 확실시되는데다,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될 경우 1%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2017년 우리나라가 2%대 경제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최순실 게이트' 등 대내외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경기 하방의 추가적 위험성이 높아질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2016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2017년 경제성장률을 2.4%로 예측했다. 올 6월에 발표했던 전망치(2.7%)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OECD는 지난달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앞서 한국은행과 국회예산정책처도 2.8%와 2.7%로 각각 예상했다. 이 밖에도 현대경제연구원(2.6%), 한국금융연구원(2.5%), LG경제연구원(2.2%) 등이 2%대 성장률을 예고했다.

주요 기관들의 예측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2%대 성장률을 기록한다. 우리나라는 2014년 2.6% 성장률을 보였고, 올해 역시 2.6~2.7%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3년 연속 2%대 성장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도 찾아볼 수 없던 일이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 큰 문제는 내년의 경우 2%대 경제성장률을 지키는 일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주요기관들이 2%대 성장률을 예상했지만, 추가적인 위험요소가 대내외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날 나온 KDI의 전망치만 해도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반영하지 않았다.

KDI는 "국내 정치 불안이 향후에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2017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반영하지 않았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성장세가 비교적 큰 폭으로 약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치 혼란이 지속되면 경제 주체들의 소비가 위축되고 투자가 지연되는 등 시장 전반에 부정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가뜩이나 움츠러든 내수 시장이 더욱 위축되는 셈이다.

미국을 기점으로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도 2%대 경제성장률 전망에 하방 요인이다.

연말 미국 금리인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국제금융 시장과 통상 환경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로 신흥국 경기가 급락하거나 중국 경제가 흔들릴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KDI가 이례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권유한 점도 이러한 위기 의식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 겸 금융경제연구부장은 "(상반기 전망에 비해)성장률을 0.3%포인트 하향조정했지만, 여전히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며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 기조가 필요하다고 포지션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필요하다면 당장 내년 상반기에라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예산안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400조를 돌파했음에도 상반기에 추경이 필요할 만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

김 부장은 "올해 4/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 증가에 가깝게 둔화가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가 됐을 대 어떤 방향으로 (우리 경제가)전개될지 가늠이 어렵다"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올해 세입 여건이 좋기 때문에 추경 편성에 적극 대응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부정적 전망과 위험 요소에도 정부의 2017년 경제정책 운용방향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만큼 개선의 여지는 남아 있다. 이에 정부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여느 때보다 높은 관심이 쏟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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