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9일 오후 7시3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헌법이 보장한 ‘국가원수로서의 지위’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 모두를 일시적으로 상실하면서 사실상의 ‘정치적 칩거’ 생활에 들어가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청와대에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고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야권의 ‘자진 하야’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노력을 다해달라”며 “대한민국과 국민의 삶이 결코 방치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당부하며 국정복귀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조대환 변호사(60·사법시험 23회·)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기 전에 한 마지막 인사였다.

10월 30일 임명된 최 전 수석은 지난달 22일 사표를 낸 지 17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최 전 수석과 동반 사표를 낸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최 전 수석에 대해서는 ‘보류’라는 모호한 표현을 썼다. 이후에도 최 전 수석은 사의를 거두지 않았고, 박 대통령으로서는 최 전 수석이 앞으로 탄핵심판과 특별검사 수사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여섯 번째 민정수석인 조 수석은 5명의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이다. 검찰에서 퇴직한 뒤 2008년 삼성그룹 비자금을 수사한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특검보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후 조 수석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고,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정부·여당과 보조를 맞춰 특조위 축소와 해체를 주장했다.

청와대는 특검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유영하 변호사 등 4명으로 변호인단을 꾸리고, 채명성 변호사(38·사시 36회) 등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을 변호할 대리인단도 구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수석은 헌재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에서 ‘방패’ 역할을 맡는 변호인들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직무정지 직전 마지막 인사권을 행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살아 돌아오겠다’는 의지가 큰 만큼 향후 수시로 변호인단을 불러 특별검사 수사와 헌재 심판에서의 대응책을 숙의하는 등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따라서 ‘부활’을 기대하며 업무의 연속성을 살려나갈 공산도 크다.

결국 박 대통령은 헌재의 뒤집기를 통해 화려한 부활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아직도 촛불의 민심을 알지 못하고 자신이 여왕이라는 군주적 발상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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