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정국 혼란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어지자 국정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외교·사회 분야의 차질도 문제지만 한국경제는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 속에 오래전에 경고등이 켜진 만큼 해법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생산 투자 소비 수출 등 모든 경제지표가 꺾이고 있는 가운데 경제 주체들의 심리마저 위축되는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같은 위기 국면을 앞장서 헤쳐나갈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경제 컨트롤타워를 서둘러 세워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정부당국을 포함해 우리 경제는 혹독한 일주일을 보냈다.

지난 3일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쪽지 예산'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4일에는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박근혜 대통령의 스캔들을 거론하며 우려를 표했다.

7일에는 정부 '싱크 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 3년 연속 2%대 성장률 시대를 예고했다.

혹독함의 정점은 행정부 수반, 대통령의 법적 권리 상실이었다. 8일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고, 재적 의원 300명 중 234명이 찬성표를 던져 '탄핵 정국'을 열었다.

정부는 국무총리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국정 수습에 나설 계획이지만 짙은 암운이 드리운 경제 난국을 타개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와중에 추가적인 하방 요인도 존재한다.

미국이 근래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통상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는 국제 금융시장과 통상환경의 변화 후폭풍이 덥칠까 노심초사 중이다.

동시에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흔들리고 있다. 가계부채는 1300조원에 달하고 구조조정 지연으로 산업 경쟁력은 떨어지는 중이다.

사방이 적들로 둘러쌓인 사면초가 상황이다. 경제팀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활로를 찾을 수 있다. 경제팀을 이끌 훌륭한 장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유일호 부총리 바라보는 임종룡 내정자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사실상 경제 사령탑 부재 상태다. 유일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금융위원회 원장의 '어정쩡한 동거' 탓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초 개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임 원장을 부총리 내정자로 지명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마비되면서, 임 원장의 부총리 부임에 제동이 걸렸다.

물러날 준비를 하던 유 부총리가 직무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교체가 확실시 됐던 만큼 유 부총리의 활동폭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확실하게 경제팀을 장악해 끌고나갈 사령탑이 없는 상황이 됐다. 예를 들어 기재부는 이달 중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수장이 분명치 않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탄핵 정국이 열리면서 국면이 전환됐지만, 여전히 경제 사령탑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황 권한대행이 자체적으로 경제 사령탑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서 총리도 교체해야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등 입지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받아든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최대 6개월이 소요된다. 대통령이 탄핵되면 두 달 후 차기 대선이 열릴 공산이 크다. 경제사령탑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공백이 8개월 가까이 늘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국회에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지난 9일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르면 오는 12일부터 임시국회가 열린다.

국회는 임시국회에서 정국 수습에 나설 전망이다. 경제사령탑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공산이 크다.

가장 많은 의석수를 지닌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탄핵안 가결 직후 "현 시기를 진단하자면 IMF(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로 보여서 경제와 민생의 사령탑을 조속히 세워야 한다"며 "우선 경제와 민생 안정에 우선하기 위해 정치적 논쟁을 하는 것은 자제를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세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여야합의로 임 원장이 부총리에 오르거나 제3의 인물이 사령탑에 앉을 수 있다. 현재의 유 부총리가 잔류할 수도 있다.

특히 임 원장은 탄핵한 가결 직후 "공직자는 국민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추 대표는 "임종룡 내정자가 거기(경제 사령탑)에 합당한지는 조금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경제사령탑 문제 해결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탄핵 정국과 관련, "여전히 (경제에)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정치적인 부분에서 경제정책을 독립해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게 하려면 여야가 합의한 경제정책 추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실제로 여야가 합의한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추진력을 얻을 수 없다"면서 "지금의 정국이 아니라도 대선을 앞두고 구조개혁 등의 이슈는 어차피 진행할 수가 없다.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에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재정통화 거시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 원로들은 한국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 유일호 부총리 유임이든, 임종룡 위원장이나 제3의 인물 선임이든 경제 컨트롤타워 문제를 서둘러 해결한 뒤 경제 문제를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금은 여소야대라 특수한 상황인데 국회가 경제부총리를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여야가 합의해 경제부총리를 뽑고 인사권도줘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차기 경제사령탑은 2% 성장 등 지표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경제 거버넌스, 경제환경을 재검토해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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