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국정을 내팽개친채 당권 경쟁에 매몰된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야권의 여야정 협의체 구성 제안에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가 엇박자를 내며 불통의 민낯을 드러냈고, 주류 친박계와 비주류 비박계는 서로 인적 청산을 요구하며 갈등 국면의 수위를 높였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촛불집회에서 드러난 민심을 외면한 채 서로 “당을 떠나라”고 공방을 주고 받았다. 비주류 비박계가 중심이 된 비상시국위원회는 이날 총회에서 “국정농단 사태를 방기한 ‘최순실의 남자들’은 당을 떠나라”라며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ㆍ이장우 최고위원, 서청원ㆍ최경환ㆍ홍문종ㆍ윤상현ㆍ김진태 의원을 ‘친박 8적’으로 규정한 명단을 발표했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상시국위의 인적 청산 요구는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당을 편 가르고 분열시키고 파괴한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막장정치의 장본인으로 당을 떠나라”라고 맞섰다.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은 12일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인간 이하` `배신자`라는 인신공격을 퍼부어 정치 품격마저 떨어뜨렸다. 앞서 비박계가 11일 이정현 대표 등 친박계 핵심 8명을 `최순실의 남자들`로 규정하고 탈당을 요구한 데 대한 대응이지만 자숙해야 할 시점에 나온 언행치고는 부적절하다.

이 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비박계의 인적 청산 요구에 대해 “뻔뻔하다”고 일축했다. 친박계는 탄핵반대파 52명을 중심으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13일 발족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당의 집안싸움을 막장 난투극 이상 이하로 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재적 의원 78% 찬성으로 9일 통과된 것은 새누리당 핵심 세력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친박계가 그 후 보이고 있는 무책임하고 아집으로 가득 찬 행보는 꼴불견인 정도를 넘어 어이없을 지경이다.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중에서도 친박계 책임이 더 크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이제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은 신당 창당을 선언한 마당이다. 그렇다면 보수정당 위기와 분열을 초래한 책임을 지고 먼저 친박계가 자숙하는 것이 순서다.

반성과 책임지는 모습 없이는 그들이 주장하는 `혁신과 통합`도 불가능하다. 대통령선거가 몇 달 뒤에 이뤄질지도 알 수 없는 이 시기에 보수정당을 더 몰락의 길로 이끌지 않으려면 친박계가 아집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서야 한다.

이제 보수진영도 등 돌리게 만드는 친박의 몰염치는 사라져야할 것이다.

<심일보 편집국장>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