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사말 하는 친박 좌장'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출범식
[김민호 기자]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4일 친박계를 겨냥, "우리 가족들은 당에서 당장 나오라고 한다. 밖에서 어떻게 새누리당을 쳐다보는 건지 일말의 인식도 없는 거냐"고 비난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윤리위를 친박 위원들로 충원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 윤리위가 뭐냐, 절대적인 중립 위치에서 결정해야 하는 기구 아니냐. 어리둥절한 일이고, 주위에선 정신 나갔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계에서는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이 막판에 '탄핵 열차'에 올라타면서 비박(非박근혜)이 자신하던 당내 탄핵 찬성 35표보다 27표 가량 더 많은 인원이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추산한다.

친박 의원 가운데도 박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낀 의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강성 친박의 눈치를 보면서도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에 찬성표를 던진 '샤이 탄핵' 의원도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계에서는 초선 의원들과 수도권 의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한다.

그렇다면 촛불민심을 외면하면서까지  박근혜 친위부대로의 잔류를 고집하는 속내는 과연 무얼까

이들 스스로 말하는 이유는 '의리'와 '명분', '숫적 우위'이다. 한 수도권 친박계 의원은 "정치는 명분으로 하는 것인데, 우리가 만든 대통령을 탄핵하는 게 어떤 명분이 있을 수 있겠나"며 "지금 여론이 나쁘다고 변절하면 나중에 '아군'에게 맞아 죽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충청권 의원은 "지금은 친박 대 비박이 아니라 당을 지키려는 세력과 당을 깨려는 세력의 싸움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보수 지지층은 박 대통령에게 돌아온다"고 믿는 의원도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 연합'에 이름을 올린 현역 의원 62명 중에는 지역구가 영남이 아닌 의원(비례 제외)도 20여명 있다. 이 중 이우현(경기 용인갑)·민경욱(인천 연수을), 김태흠(충남 보령·서천)·이장우(대전 동구) 의원 등 일부 의원은 지역 여론의 반발에도 열성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고 비박계를 공격했다.

정치권에서는 "영남권 의원들이야 지역 민심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서 그런다 치더라도 수도권·충청권 의원들이 왜 저렇게 열심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친박계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비박의 탈당 요구에 “(친박이) 숫자가 더 많은데 다 나가라고 해놓고 어떻게 당을 유지하려고 그러느냐. 그건 억지”라며 “지금 누가 나가고, 누가 안 나가고 그게 문제냐.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는 상황이 되면 서로간에 화합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비박계에선 "실리와 압력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다음 총선이 3년 반이나 남았기 때문에 지금 여론이 큰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며 "끝까지 당 주류로서 기득권을 지키는 게 자신의 정치 인생에 더 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지금 나서는 의원들은 모두 '보스'가 확실한 사람들"이라며 "막말로 누가 공천을 줬겠나. 거기서 이탈하면 어떤 보복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황영철 의원은 “당 지도부에게 퇴진 시점을 통보한 뒤, 그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단호하게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단호한 길이 탈당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거 말고 뭐가 있겠느냐”고 답했다.

유승민 의원도 “잘못한 사람은 친박인데 그들이 당을 나가야지 왜 우리가 나가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결국 분당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는게 여권 한 관계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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