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은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MB 정권 실세로 'MB 노믹스'의 상징으로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지냈으나 산업은행장 재직 당시 뇌물을 받고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되면서 초라한 여생을 보낼 위기에 처했다.

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경제 사령탑인 기재부 초대 장관을 맡아 747(연간 7% 경제성장, 4만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강국)로 요약되는 MB 노믹스 전파에 앞장섰다.

이후 산업은행장도 역임했지만 이 당시 뇌물을 받고 특혜를 준 정황이 포착돼 검찰 수사를 받았다.

지난 9월 검찰의 첫 번째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살아나는가 했던 강 전 장관은 이달 초 청구된 두 번째 구속영장은 피하지 못했다.

검찰은 강 전 장관이 산업은행장 재직 당시 남상태(66·구속기소) 전 대우조선 사장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지인이 운영하는 부실업체에 거액의 투자를 종용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직권남용 권리방해행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구속기소했다.

그런 그가 여당 중진 의원의 청탁을 받고 특혜 대출을 지시해준 혐의 등으로 추가기소됐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5일 강 전 행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뇌물수수, 제3자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추가기소했다고 밝혔다.

강 전 행장은 지난 2012년 11월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 W사에 대한 490억원 상당의 특혜 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강 전 행장은 원 의원으로부터 "산업은행이 W사에 대한 대출을 승인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대출이 거절된 사실을 알면서도 담당 직원에게 대출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전 행장의 지시를 받은 실무자들은 W사의 신용등급을 부당하게 상향조정해 대출을 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감독원의 시행세칙에 따르면 은행장은 대출 관련 청탁 및 외압을 차단하기 위해 대출 심사 업무에서 배제된다.

특별수사단은에 따르면 W사는 당시 담보로 제공할 자산이 없는데다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부도가 나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태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원 의원의 보좌관 권모씨를 W사로부터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원 의원은 권씨가 뒷돈을 챙긴 사실을 몰랐고 지역구 민원 차원의 청탁이었다는 입장이다.

강 전 행장은 또 국회의원 후원금을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에게 대납하도록 한 혐의가 있다.

2012년 3월 강 전 행장은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장 취임을 앞두고 있던 고재호(61·구속기소) 전 사장과 임기영(63) 대우증권 전 사장에게 국회의원 후원금으로 각각 1740만원과 2100만원을 내도록 한 혐의다.

강 전 행장은 고 전 사장과 임 전 사장에게 국회의원 7명의 이름을 알려준 뒤 의원 1명당 200~300만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 측에는 "내가 기부하는 것으로 알리라"는 요구도 했다.

강 전 행장은 임 전 사장으로부터 산업은행장 취임 당시 축하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또 임우근(68) 한성기업 회장에게 2008년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현금 등 1억4500만원을 받고 본인이 운영하는 투자자문사에 10억원을 투자받은 혐의가 있다.

특별수사단은 강 전 행장이 한성기업 관계사 명의 골프장 회원권을 지속적으로 사용한 것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강 전 행장에게 뇌물을 건넨 임 회장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임 회장은 강 전 행장과 고등학교 동창으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사장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별수사단은 이외에 임 회장으로부터 선박구매자금 620만 달러(한화 73억원2000만원 상당)의 대출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들어준 혐의,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에서 3억8500만원 상당의 한성기업 생산 선물세트를 구입하도록 한 혐의, 한성기업 관계사의 대출 담보 근저당권을 부당 해지한 혐의, 고 전 사장 선임 청탁을 받은 혐의 등도 확인했다.

또 강 전 행장은 자신의 종친 회사인 중소 건설업체 W사가 24억원 상당의 공사를 하도급하게 한 혐의(제3자뇌물수수)가 있다. 특별수사단은 강 전 행장이 당시 남상태(66·구속기소) 전 사장의 개인 비리를 약점으로 잡고 압박했기 때문에 특혜 몰아주기가 가능했던 것으로 봤다.

앞서 강 전 행장은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기자 출신 사업가의 바이오업체 B사에 110억여원을 특혜 지원해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특별수사단은 지난 9월 강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지속적 사익추구형 부패사범"이라고 강 전 행장을 비판하며 추가 수사를 진행했고 지난 1일 강 전 행장을 구속시켰다.

"평생 공직에서 봉사했다"던 강 전 장관이 '권력형 부패사범'으로 추락할지는 이제 법원의 판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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