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헌재 탄핵소추심판 피청구인 답변서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을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이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주방 내각’으로 번역할 수 있는 이 단어는 대통령과 어떠한 사적 이해나 정치 관계로 얽혀 있지 않아 여론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행정부 안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력자들과는 구분된다.

이들은 식당 안에서는 직위가 아니라 서로를 퍼스트 네임으로 부르며, 대화나 토의 역시 수평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통령은 이들로부터 국민여론이나 자신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한 충고를 들을 수 있다. 실제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1년 키친 캐비닛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답변서에서 최순실에게 대통령 연설문 등을 유출한 것이 ‘공무상 기밀누설’이라고 본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연설문을 최순실로 하여금 한 번 살펴보게 한 이유는 직업 관료나 언론인 기준으로 작성된 문구들을 국민들이 보다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일부 표현에 관해 주변 의견을 청취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통상 정치인들은 연설문이 국민의 눈높이에 너무 딱딱하게 들리는지,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주변의 자문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이를 속칭 ‘키친 캐비닛’이라고 한다. 피청구인(대통령)이 최순실의 의견을 들은 것도 같은 취지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리인단은 "연설문 이외의 문건들은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최순실에게 전달된 것이 아니어서 구체적 유출경로를 알지 못한다"며 "이 부분 탄핵소추 사유를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발표되기 직전에 최순실의 의견을 구한 것이어서 그 내용이 미리 외부에 알려지거나 국익에 반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없었기에 공무상비밀누설이라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리인단은 "판례상 공무상비밀이 되기 위해서는 누설로 인해 국가기능에 위협이 발생해야 하나(대법원 2001도1343호 판결) 유출된 연설문은 선언적·추상적 내용"이라며 "발표 1~2일 전에 단순히 믿을만하다고 판단한 주변 지인의 의견을 들어본 것이어서 '누설'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의 형 노건평이 ‘봉하대군’이라고 불리면서 대우조선 남상국 사장으로부터 연임청탁을 받았다가 이 사실이 공개돼 남상국이 자살한 사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만사형통’이라 불리며 여러 경로를 통해 대통령에게 민원을 전달한 전 국회의원(이상득) 사례 등이 있다”며 “피청구인의 전임 대통령도 공적 경로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인사에 관한 의견 민원 등을 청취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전(前) 정권에서도 공식 내각이 아닌 비공식 루트로 의사 결정을 한 사례가 있었으므로, 이는 탄핵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