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올해만큼 각종 이슈로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낸 적이 없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재계 총수 9명은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 증인으로 청문회에 서야 했고 이와 관련 전경련도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은 흥행몰이를 하던 중 글로벌 단종이란 초유의 악재를 만났다.

① 재계, 국정농단 최순실씨에 연루에 뒤숭숭

삼성과 현대는 주요그룹들이 국정농단 파문을 야기한 최순실 게이트에 연계된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의 기업 출연금이 모인 과정에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대기업들은 '뇌물공여자'가 될 상황에 처했다. 기업들은 "우리도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문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9명의 대기업 총수들은 국회 청문회에 서야 했다. 여기에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총수의 출국금지까지 직면, 연말연초 글로벌 경영 차질도 불가피해졌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재계의 불확실성은 내년 경영전반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②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와 물류 대란 파장

국내 1위·세계 7위 원양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해운업 장기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지난 8월 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로 인해 세계 곳곳을 항해하던 한진해운 선박 141척이 바다에 묶였고, 곧장 세계 물류대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한진해운은 그간 회생을 위해 주요 물적·인적 자산을 내놓았고 물류대란은 약 석달여 만인 11월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실사 법인이 지난 12월 13일 한진해운이 더이상 기업으로 존속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게 됐다.

③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발화 및 단종

지난 8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야심작 '갤럭시노트7'은 빼어난 디자인과 각종 신기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배터리 폭발을 비롯한 잇따른 기기 결함으로 글로벌 단종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삼성전자는 9월 2일 10개국에서 판매된 갤럭시노트7 250만대를 전량 회수하겠다고 리콜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교환해 준 새로운 제품에서도 발화 사고가 터지면서 결국 삼성전자는 10월 10일 갤럭시노트7 생산을 중단하며 사실상의 단종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추락한 명예를 끌어올릴 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④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에 이은 '삼성 3세 경영'이 사실상 공식화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월 27일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48기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2008년 특검 수사와 관련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삼성 오너가 인물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직을 맡는 것은 8년 만이다. 이사회 의장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대로 맡지만 오너 일가가 이사회에 참석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⑤ '이세돌9단 VS 알파고' 대결에 인공지능 부각

 일명 '알파고 쇼크'로 재계와 범국가차원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붐이 일었다. 지난 3월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 대국에서 알파고가 4대 1로 이기며 큰 충격을 안겼다. 알파고 대국은 기계가 인간을 압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으로 정부가 인공지능 사업을 국가 정책으로 삼는 계기가 됐다.

지난 10월 삼성전자는 차세대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인 미국의 비브 랩스를 인수하며 인공지능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네이버는 '기술 플랫폼 진화'를 표방하며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를 대거 출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인공지능은 새해에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키워드로서 산업계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⑥전경련, 최순실 사태 여파로 창립 55년만에 해체 기로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창립 55년 만에 최대위기를 맞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

전경련은 박근혜 정권의 요구에 따라 주요 기업에서 774억원을 거둬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수금창구' 역할을 했다.

재계 맏형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전경련을 탈퇴하고 활동이나 회비 납부도 일체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경련 해체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로는 전경련이 씽크탱크로서의 변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경련은 의견수렴, 쇄신안 마련 등 에 나서고 있으나 회원사들의 비협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⑦금호그룹 '형제의 난' 7년 만에 종식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 벌어졌던 형제간 싸움이 박찬구 회장의 화해 제스처로 지난 2009년 이후 7년 만에 외형상 마무리 됐다.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대로 냈던 모든 소송을 전격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두 사람의 싸움은 지난 2006년 금호그룹이 총 6조원 이상의 자금을 들인 대우건설 인수로 촉발, 3년 뒤인 2009년 박찬구 회장의 분리경영 선언 후 본격화 했다.

그러다 금호석화는 지난 8월11일 "스스로의 가치를 제고하고 주주에게 이익을 되돌려주는 기업 본연의 목적에 더 집중하고자 모든 송사를 내려놓고 각자의 갈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히며 형제 싸움은 표면적으로는 마무리가 됐다.

⑧현대차그룹, 18년만 역성장 위기

현대차그룹은 올해 실적 악화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3분기까지 글로벌 판매량은 총 561만8804대로 작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지금 추세로 갈 경우 연목표인 813만대 달성이 힘든 것은 물론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역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판매 부진은 신흥시장이 침체한 데다 내수시장 부진이 겹친 영향이 컸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으로 총 25만5000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고, 세타II엔진 결함 논란을 겪는 등 악재도 잇따랐다.

문제는 외형뿐 아니라 수익성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에서 매년 하락해 올해는 3분기 누계 기준 6%로 하락했다. 기아차도 영업이익률이 2011년 8.1%에서 올해 4.8%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위기감에 현대차는 그룹 임원들이 지난 10월 연봉 10%를 자진 삭감하기로 하고, 매년 열었던 해외주재원 교육도 올해는 열지 않는 등 강도 높은 긴축 경영을 진행하고 있다.

⑨LG전자의 깊어지는 모바일 사업 고민

LG전자는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MC(무선)사업본부는 올 한해에만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MC사업본부는 올 3분기에만 영업손실 4364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도입 이후 LG전자가 모바일 기기 사업에서 거둔 사상 최악의 실적이다.

LG는 지난 3월 하단 부분을 서랍처럼 빼내 카메라, 오디오 등 주변기기로 바꿔 끼울 수 있는 모듈형 스마트폰 G5를 야심차게 내놨지만 '흥행 실패'로 끝났다.

최근 단행한 LG전자 인사에서 조준호 무선사업본부 사장은 자리를 지키며 위기를 모면했다. 올 한해의 악재 극복을 위해 내년 상반기에 내놓을 G6과 하반기에 나올 V30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⑩네이버, 메신저 '라인' 미국 일본 동시 상장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7월 15일 일본과 미국에 나란히 상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과 입지를 강화했다. 네이버가 100% 지분을 가진 라인주식회사는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인수합병 등의 전략적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2011년 6월 23일 일본에서 첫 선을 보인 라인은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전화보다 연결이 잘 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라인 대화에서 쓸 수 있는 귀여운 이모티콘은 아기자기한 감성을 좋아하는 일본인 취향에 꼭 들어맞았다.

라인은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태국, 대만 등으로 진출했다. 라인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전세계 2억명이 넘는다. 라인은 5년만에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라인은 음악, 게임, 간편결제, 알뜰폰, 배달, 오토바이 콜 서비스 등까지 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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