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자신의 해인 정유년을 맞아 더 분주한 한해를 보내게 될 CEO들은 누가 있을까.

정유년(丁酉年)을 '총명한 닭'의 해라고 하더라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만큼 재계 닭띠 인사들에 대해 관심이 사뭇 크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닭띠 인사에는 45년생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등이 있다. 이들은 내년 72세의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영 일선에서 맹활약 할 것으로 보인다.

◇45년생…구본무·윤석금·박삼구

재계 4위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본무 회장은 1995년 부친인 구자경 LG 명예회장으로부터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은 뒤 22년째 LG그룹을 이끌고 있다. LG그룹은 재계에서 가장 먼저 3세 경영 체제를 마무리지었다. 최근 구 회장은 연말 인사에서 그룹 경영 총괄 체제를 변동 없이 유지하면서 안정에 무게를 뒀다.

다만 구 회장은 2017년에도 글로벌 저성장 기조 지속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혁신과 변화를 통해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미래 성장 기회를 꾸준히 확보해 위기를 돌파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프리미엄 가전, 올레드(OLED), 고부가 기초소재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친환경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솔루션 등 신성장사업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본격적인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2017년은 기대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은 최근 지난 7년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형제간 '분쟁'을 일단락하면서 그룹 재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는 올해 경영방침을 '창업초심'으로 정하고 이윤경영, 품질경영, 안전경영을 목표로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때문에 내년은 그간의 경영정상화 노력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금호산업은 지난해 6년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며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올해 초 928억원 규모의 부산 수영구 남천동 재건축 사업 수주를 비롯하여 군포송정 A-2블록 아파트 건설공사 1공구를 거머쥐며 기술공모형 입찰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피나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부실을 정리하고 수주역량과 기술력을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17위인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남은 것은 내년 초 결정될 '금호타이어 인수전'이다. 박 회장은 그룹이 경영난을 겪던 2010년 잃었던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되찾아 그룹을 재건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은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뒤 빠르게 회사 재건에 나서고 있다. 2012년 그룹합산 176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웅진은 2015년 4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불과 3년9개월 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기업이 무려 1조4000억원의 부채를 변제완료하고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이런 변화의 핵심은 초심으로 돌아간 윤 회장의 경영이 꼽힌다.

윤 회장은 새로운 재기의 발판으로 자신의 모태이자 전공인 교육사업을 택했다. 배임혐의로 법원에 출석하면서도 웅진씽크빅의 신사업인 북클럽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북클럽에 이은 두 번째 신사업은 화장품 사업인 '웅진릴리에뜨'이다. 온라인 판매와 방문판매, 네트워크판매와, 바이럴 마케팅을 결합한 새로운 판매방식으로 승부수를 걸고 있다.

◇57년생…김효준·최치훈·권영수·구자균

57년생 닭띠 CEO로는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있다. 15년 넘게 최고경영자(CEO)로 BMW코리아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1995년 700여대에 불과한 판매대수로 국내 진출했으나 끊임없이 승승장구해 지난해 무려 5만5378대의 기록을 세우며 수입차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00년 BMW 최초의 현지인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끌고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실적을 인정받은 김 대표는 BMW 아시아인 최초 본사 임원이 되기도 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견적서실명제' 제도를 도입하며 신뢰 다지기에 힘을 쏟고 있다. 독일 본사로부터도 3년 임기 연장을 제의받은 상태다.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인 김 대표는 내년에도 활발한 경영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함께 과거 제일모직과의 합병 건으로 부산한 주변을 맞고 있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도 57년생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10월 국내 건설회사 브랜드 평판 조사결과 1위를 차지했으며 최 사장 역시 건설업계에서 가장 높은 10억원에 가까운 보수를 받는 연봉킹이다.

삼성물산은 그간 실적 부진으로 기업 가치가 하락해왔으나 최근에는 실적이 정상궤도로 돌아오고 있어 최 사장의 공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위기극복을 위한 워크샵 등을 개최하며 직원들의 의지를 북돋고 가치 제고를 위해 힘쓰며 정상화에 노력했다는 평이다. 경영 실적과 달리 올 연말에는 암초에 부딪힌 상태라 닭띠 해에 이 국면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주목된다.

취임 1년을 넘어선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자신의 해를 마음껏 누릴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의 주도 하에 LG유플러스는 올해 3분기에 사상 최초로 영업익 2000억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신사업에 매진하며 불도저처럼 뻗어나가는 권 부회장의 의지가 내년에도 이어지리라는 전망이다.

권 부회장은 LG그룹 계열사에서 30년 넘게 근무해왔으며 지난해 12월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받아 LG유플러스 대표이사가 됐다. 이전에도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에서 사장을 역임하며 호조를 끌어낸 만큼 LG유플러스에서의 그의 본격적인 행보 역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내년부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관련 먹거리 찾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또다른 57년생 CEO로 구자균 LS산전 회장이 눈에 띈다. 구 회장은 2005년 LS산전에서 관리본부 부사장으로 업무를 시작했고 2014년 12월에는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현재는 LS산전이 겪고 있는 각종 부진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올해 LS산전은 담합 등의 문제로 큰 액수의 과징금 처분을 받는 등 난항을 겪었다.

구 회장은 연구 개발과 글로벌 시장 확대 등을 통해 상황을 헤쳐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LS산전은 LS그룹 내에서 연구개발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계열사다. 타 계열사들이 점진적 투자 축소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보적이라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최근 전력망에 IT를 접목하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으로 국외 프로젝트 매출 확대까지 노리면서 내년이 기대되는 CEO로 손꼽힌다.

◇69년생…두산 박태원 GS 허세홍 '선두'

정유년 닭띠 CEO들 가운데 내년 마지막 40대를 보내게 될 1969년생의 3~4세 경영인들이 관심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69년생의 젊은 닭띠 주요 인사에는 박태원 GS건설 부회장, 허세홍 GS글로벌 대표이사, 이우정 넥솔론 대표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81년생과 93년생 중에는 아직 경영 일선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는 인물은 없다.

1969년생은 2017년이 되면 49세로, 마지막 40대를 맞게 된다. 아직 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후계자 과정을 한창 수행할 나이이기도 하다.

이들 가운데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는 인사는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이다. 그는 69년생 경영인 세 명 중 유일하게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박 부회장은 두산그룹 초대회장인 박두병 창업주의 4남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아들로 4세 경영인이다. 그는 지난 1999년 두산 테크팩BG 기획팀으로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박 부회장은 이후 2000년 네오플럭스와 2004년 두산산업개발을 거쳐 지난 2006년 두산건설 상무로 옮겼다. 이후 2007년 전무를 거쳐 2008년 부사장에 올랐고, 2011년에는 사장으로 진급해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됐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회사 내 서열 2위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는 다른 4세 경영인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다만 박 부회장은 지난해 두산건설의 흑자전환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박 부회장은 1279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3분기까지 2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허세홍 GS글로벌 신임 대표이사는 내년 1월1일 공식적으로 취임한다.

허 대표는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2남 허동수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아들로 GS그룹의 4세 경영인 중 첫 대표이사로서 가장 먼저 등기이사에 오를 인물이다.

허 신임 대표는 지난 2007년 GS칼텍스 싱가포르 법인 부법인장으로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뛰어들었다. 1년 만에 법인장으로 승진, 2010년까지 싱가포르 법인을 이끌었다.

2011년 한국으로 돌아온 허 대표는 여수공장 생산기획 공장장을 지냈고, 2013년 석유화학사업본부 본부장, 2014년 GS칼텍스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 본부장으로 활약했다.

허 대표는 그룹 내부에서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40대 차세대 경영자로 평가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다양한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폭넓은 시각과 사업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본부장 재직 시 새로운 해외 사업 및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해 주요 계약을 성사시킨 공이 인정돼 GS글로벌 대표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정 넥솔론 대표는 OCI그룹 3세다. 그는 고 이회림 창업주의 장남인 이수영 OCI그룹 회장과 김경자 OCI 미술관 관장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 대표는 과거 옥시의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일했으며, 2001년 동양제철화학(현 OCI)에 입사, 2005년부터 2년간 불스원의 영업본부장과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이 대표는 형 이우현 OCI 사장과 지난 2007년 각각 50억원씩 출자해 넥솔론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넥솔론의 최고전략대표를 거쳐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넥솔론은 한 때 글로벌 태양광 웨이퍼 분야 톱5에 선정되기도 했다.

다만 넥솔론은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침체로 수년간 적자에 허덕였고, 이로 인해 현재 법정관리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추진력 있는 인물로 평가 받는다. 또 일을 진행하면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절약하면서도 목적을 달성하려는 끈질김이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경영 환경 악화로 인해 이 대표의 입지는 다른 69년생 경영인들에 비해 다소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