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이미영 기자] 특검이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과정 개입을 정조준 했다.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관계자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제3자 뇌물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26일 오전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주거지 등 3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직권남용 및 업무상배임 혐의의 단서를 찾기 위한 압수수색"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공단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공단은 수천억 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찬성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성공한 삼성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원을 후원했다. 또 최씨 회사와 220억원의 계약을 맺고,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독일 훈련과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 회사에도 94억원이 넘는 돈을 냈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 대가성이 드러날 경우 최씨 등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련의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나 개입했는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 이사장과 김 비서관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찬성표를 던지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합병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문 이사장은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에게 전화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할 것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4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김 비서관은 안종범(57·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홍완선(60)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찬성표를 던지라는 지령을 내린 통로로 지목된 상태다. 김 비서관이 안 전 수석의 지령을 받아 홍 전 본부장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홍 전 본부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의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도 벌이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특검 출석 과정에서 '삼성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라는 문 이사장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한 상태다.

특검팀은 홍 전 부장을 상대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는 과정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추궁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와 압수물을 분석한 뒤 문 이사장과 김 비서관에 대한 소환 조사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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