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가 사무실에 뒀던 금고 외에도 자택에 소형 냉장고 크기의 금고 2개를 보관하다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 씨의 가사도우미와 육아도우미를 22일 소환 조사해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최 씨와 관련한 자금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들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금고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26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최 씨의 가사도우미 A 씨와 입주 육아도우미 B 씨는 “최 씨가 마지막 거주지인 서울 강남구 고급 아파트에 검은색과 빨간색 금고 2개를 갖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최 씨는 금고가 있는 방문을 늘 잠가 놓았고, 금고를 열 때는 주변에 아무도 얼씬도 못 하게 해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올 9월까지 최 씨 집에서 일했다.

검찰은 시민단체의 고발을 접수한 지 한 달이 다 된 10월 26일에야 최 씨의 집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금고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최 씨가 수감 중이던 지난달 초 측근을 통해 사무실 금고를 다른 곳으로 옮긴 정황도 드러났다.

A 씨 등은 또 최 씨의 국정 농단 증거인 태블릿PC와 관련해 “최 씨가 항상 안방 책상 위에 올려두고 썼다. 태블릿PC는 늘 충전기에 꽂힌 상태였고, 그 옆에 메모지가 있어 업무용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다음은 동아일보가 보도한 취재 내용이다.

A 씨 등에 따르면 최 씨는 사무실 금고 외에 추가로 집에도 빨간색과 검은색 금고 2개를 갖고 있었다. 빨간색은 안방에, 검은색은 딸 정유라 씨(20) 방에 보관돼 있었다. A 씨는 최 씨가 언제 금고를 구입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2014년 말 처음 일하러 갔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금고 주변에 개미 한 마리도 얼씬 못 하게 할 정도로 조심했다고 한다. 금고가 있는 방은 최 씨가 문을 열어줄 때만 청소했다. 최 씨는 이사를 할 때도 금고만큼은 이삿짐센터 직원에게 맡기지 않고 30년간 집사로 일했다는 문모 부장, 운전기사 방모 과장과 함께 직접 승합차로 옮겼다. 이를 볼 때 금고에는 수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진 그의 은닉 재산의 실체를 밝힐 핵심 증거가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우미들은 처음에는 최 씨를 ‘검은돈을 주무르는 브로커’쯤으로 생각했다. B 씨는 “평소 최 씨가 돈 얘기를 할 때는 보통 규모가 수십억, 수백억 원대였다”며 “우연히 집에서 최 씨의 전남편 정윤회 씨의 주민등록등본을 보고서야 그의 정체를 알았다”고 말했다.

도우미들은 최 씨가 쓰는 태블릿PC는 항상 충전기에 꽂힌 채 안방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태블릿PC 옆에는 메모지가 있어 업무용으로 보였다”며 “최 씨가 독일에 갈 때도 태블릿PC를 여행용 가방에 넣어 갔다”고 밝혔다. A 씨는 “쓰레기통에 떨어진 충전기를 무심코 버렸다가 최 씨가 ‘당장 찾아오라’고 닦달한 적도 있다”고 얘기했다. 최 씨가 태블릿PC를 자주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으로, 이는 “태블릿PC를 갖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는 최 씨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A 씨는 다만 대통령의 연설문 등이 담긴 ‘문제의 태블릿PC’와 같은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최 씨 집에는 주사기와 태반 앰풀 등이 한 상자씩 보관돼 있었다. 주사 아줌마가 일주일에 한 번 찾아와 주사를 놓았다”고 밝혔다. 최 씨가 단골 병원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에게 ‘최보정’이란 가명으로 미용시술을 받은 것 외에 집에서도 여러 차례 태반주사를 맞았다고 한 것이다. 주사 아줌마는 최순실 씨 외에 최 씨의 언니인 최순득 씨 집, 순득 씨의 딸 장시호 씨의 집도 찾아갔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들은 최 씨가 ‘청와대 김밥’으로 추정되는 김밥을 수차례 건네줘 먹은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전직 양식 조리장 한상훈 씨(44)는 최근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매주 일요일 청와대에 출입한 최 씨가 집에 돌아갈 때면 늘 김밥을 싸달라고 요구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B 씨는 “가끔 검은 봉지에 김밥을 담아와 먹으라고 줬다”며 “(최 씨의 살림) 수준에 맞지 않는 음식이라 기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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