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박영수(64ㆍ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해 온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0)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정조준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28일 오전 10시 소환해 조사 중이다.

특검은 일단 김 전 수석을 참고인 신분으로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수석은 이날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언제 들었느냐'는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특검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대답만 반복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은 대규모 압수수색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확보한 증거자료를 근거로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조만간 소환해 혐의 입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날 이규철 특별 대변인은 두 사람의 소환과 관련 “자료 분석과 참고인 진술을 더 확보해야 해서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아직 언제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세간에서 블랙리스트라 부르는 명단을 일부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면서 “다만 블랙리스트가 실존하는지, 어떤 형태인지 등은 앞으로 조사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검팀은 지난 26일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비롯해 김종덕(59)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56)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이튿날에는 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정관주(52) 전 문체부 1차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한 바 있다.

이어 이날 오전 10시께 김 전 비서관을 소환조사하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냈던 모철민(58) 주프랑스 대사에 대해서도 직접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모 대사는 특검 출석을 위해 이날 일시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인물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한 직접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은 김 전 수석을 상대로 청와대 주도로 정권에 밉보인 문화예술인들을 겨냥해 정부 예산 지원이나 각종 행사 참여를 배제하려는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체육관광부에 내려보내는 데 관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26일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의 자택과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김 전 수석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두 사람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하지만 유진룡(60) 전 문체부 장관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퇴임 직전인 2014년 6월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 수시로 김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당시 교육문화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폭로하면서 상황이 급변하는 모습이다.

유 전 장관은 작성 출처로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을 지목하면서 “당사자들이 잘 모르진 않았을 것”이라며 조 장관을 에둘러 비판했다. 당시 정무수석은 조 장관이었고, 국민소통비서관은 특검 조사를 받은 정관주 전 차관이었다.

한편 특검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가 최종적으로 박 대통령을 겨냥할 지도 관심사다. 특검팀은 우선 박 대통령의 미르재단 ‘강제 모금’ 지시 의혹과 블랙리스트 작성 등이 ‘문화계 길들이기’라는 측면에서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수사에서 이러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이 헌법 가치인 언론 및 사상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소환된 김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계의 황태자'로 급부상한 차은택(47·구속기소) 광고 감독의 외삼촌.

숙명여대 교수이던 그는 차씨가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와의 인연을 발판으로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고 나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전격 발탁됐다.

차씨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씨에게 자신의 외삼촌인 김 전 수석과 대학 은사인 김종덕 홍익대 교수를 각각 천거했더니 실제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인선됐다고 증언했다.

특검팀은 김 전 수석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의혹' 외에도 최씨의 평창올림픽 이권 지원 의혹과 최씨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해서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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