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의 정부 요직 인사개입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인사 대상자 추천을 요청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최씨는 수십 년 된 지인이다. 그렇다고 지인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 않나"라며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부인했지만, 파악된 사례는 최씨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을 개연성을 보여준다.

2일 사정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4년 7월 유진룡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후임자로 지명됐던 정성근 후보자가 음주 운전과 위증 논란에 사퇴하자 교수 출신 후보자를 물색하다 최 씨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인사 검증을 맡은 청와대 민정수석 라인의 추천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결국 최 씨에게 '문화계 교수 출신 중에 괜찮은 사람이 있느냐'고 자문한다.

최 씨는 알겠다면서 적당한 인물을 추천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문화계 인맥이 넓지 않아 결국 광고감독 차은택 씨에게 후보자를 물색해보라고 '숙제'를 넘기듯 의뢰했다.

이에 차 씨는 최 씨를 통해 자신의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당시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를 추천했고 박 대통령이 승인해 그가 장관에 임명됐다는 것이다.

사정 당국은 정 후보자가 낙마하고 유 전 장관이 면직 처리돼 문체부 장관이 공석으로 방치된 가운데 박 대통령이 먼저 최 씨에게 손을 내밀어 '비선 인사 담당자'의 역할을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 전 장관 임명은 최 씨의 '인사 민원'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먼저 '위임'한 결과가 된다.

또 비록 추천 형태일지라도 대통령이 장관급 각료의 선발이나 임명 여부를 정식 권한이나 전문성이 없는 민간인에게 사실상 물어보고 그 의견을 크게 받아들여 결국 임명에 이른 것이어서 '인사권의 부적절한 위임' 아니냐는 지적에 직면할 수 있다.

차 씨는 비슷한 방식으로 김종덕 전 장관뿐만 아니라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추천해 임명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최 씨의 요청에 따라 문체부 장관 후보와 교육문화수석 후보를 각각 추천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차 씨는 최 씨가 박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느낀 것이 언제였느냐는 물음에 문체부 장관을 추천했는데 관철됐을 때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 대통령의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은 이처럼 김 전 장관이 임명된 경위를 비롯해 최 씨가 측근을 동원해 정부 고위직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 전반을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최 씨 등이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이런 영향력을 바탕으로 각종 이권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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