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희(오른쪽) 전 총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김경숙 이화여대 체육대학장.
[김승혜 기자]지난달 14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이대 최경희 전 총장은 입학처에 정유라씨를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냐는 질문에 "기억이 잘안나지면 정윤회의 딸 누가 입학했다는데 당시 정윤회가 누군지 몰랐다"며 "전혀 그런 일(정유라 입학 종용)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유라 뽑으라고 지시 안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10여일이 지난 3일,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을 한 혐의(업무방해)로 검찰 수사를 받는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가 정식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에 이미 합격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렸다는 진술이 나왔다.

또 정유라 씨의 이름으로 시험에 참가하지도 않았는데도 교수가 대리시험을 보고 틀린 답까지 고쳐주는 시험 답안지가 공개됐다.

이날 정씨의 이대 부정 입학 및 학사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4년 10월 정씨로부터 '이대에 붙었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최씨 조카 장시호씨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화여대는 그해 10월 31일 수시 전형 체육특기자 합격자를 발표했다. 장씨는 그러나 이보다 훨씬 전에 정씨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으로 기억했다.

정씨는 그해 10월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화여대 합격!"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이보다 훨씬 먼저 정씨가 자신의 합격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특검은 또 최씨의 비서로 정씨의 입학 준비 등을 도운 데 관여한 A씨가 합격자 발표 전에 장씨는 물론 장씨 모친 최순득씨에게도 정씨의 합격 소식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장씨는 또 "A씨가 미리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서 이모(최순실)가 비밀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서에게 역정을 내는 것을 직접 봤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덴마크 북부 노르윌란주 올보르시에서 체포된 정 씨는 이날 올보르 법원에서 진행된 예비 심문을 받던 중 휴식시간에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답변했다.

그는 특히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과 학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2015년에 F를 받았고, 이듬해에도 F학점을 받았다. 그래서 제적이 되는 상태였다. 그때 처음으로 최경희 전 총장과 류철균 교수를 만났다”고 밝혔다.

이후 “자신은 면담 자리를 나왔고 이후에 자신도 모르게 학점이 나왔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자신도 모르게 합격했고 시험을 보지 않아도 학점은 나왔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씨 측과 이대 핵심 관계자들의 '유착 관계'를 드러내는 강력한 정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특검팀은 이 같은 정황에 비춰볼 때 최씨 측이 최경희 전 총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을 비롯한 이화여대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미리 합격자 정보를 받아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향후 최 전 총장, 남 전 처장 등을 소환 조사할 때 합격자 정보 유출 혐의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박 특검은 특히 정씨의 부정 입학 지시 여부를 두고 최경희 전 총장 등 이화여대 관계자들이 일제히 책임을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그럼) 누가 정유라를 부정 입학시킨 것이냐"며 "교육자라는 사람들이 그렇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은 "그렇게 훌륭한 대학이 한국에 있구나" "왜 진작에 몰랐나"하며 허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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