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지난 3일, 덴마크 현지 검찰과 변호인의 심문 과정에서 정유라 씨는 검사가 덴마크에서 생활비를 어떻게 조달했느냐는 질문에 “어머니 최순실씨가 체포 전에 집세를 내줬고 최 씨로부터 돈을 받아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집 임대료에 생활비, 보모와 가정부 월급까지 매달 적지 않은 돈을 썼을 것으로 보이지만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모르쇠'오 일관하고 있다.

이렇듯 "땡전 한 푼 없다"는 본인 주장과 달리 덴마크 최대 법무법인의 유명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호화 도피 행각'을 계속해 그가 유럽 체류 자금을 어떻게 대고 있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씨 재산 관리에 핵심적 역할을 해온 여성 안 모 씨가 정씨에게 지속해서 송금을 해주고 있는 정황을 포착하고 이 과정에서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를 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가 6일 보도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최 씨 조카 장시호 씨는 안 씨가 오랫동안 최 씨가 소유한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을 관리하는 등 실질적인 재산관리인 역할을 해 왔다는 진술을 했다.

안 씨는 미승빌딩 세입자들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최 씨 측 계좌에 넣고 최 씨 측의 지시가 있으면 지정된 곳에 돈을 송금하거나 직접 전해주는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정씨가 아들 출산 이후 독일로 근거지를 옮기고 나서부터 안 씨는 최 씨의 지시에 따라 정씨 측에 생활비와 주택 구입비 등 각종 자금을 보내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안 씨는 재산 관리 외에도 최 씨의 각종 업무를 돕는 비서 역할도 같이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14년 10월 정씨가 이화여대에 체육특기생으로 합격했다는 문자를 장씨와 장씨 모친 최순득 씨에게 보내기도 한 인물이다.

장씨는 "안씨가 미리 (정유라 합격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서 이모(최순실)가 비밀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서에게 역정을 내는 것을 직접 봤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안 씨가 최 씨 측을 오랫동안 도와온 독일 교민 데이비드 윤씨 측에게 송금하는 방법으로 정씨 측의 생활 자금 등을 댄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비드 윤씨는 최씨 측과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최근까지도 정씨의 도피 행각을 돕는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검찰과 특검 수사 등을 통해 최씨 측은 스포츠 컨설팅 업체로 포장한 비덱(코어스포츠에서 개명)을 통해 삼성그룹에서 승마 선수단 지원비 명목으로 받은 35억원가량 외에도 비덱타우누스 호텔 및 인근 주택 등 다량의 부동산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씨가 19개월 된 아들은 물론 마필 관리사, 육아도우미 등 수행원 여럿과 함께 독일에서 장기간 체류하면서 개, 고양이 등 고가의 애완동물 수십 마리를 사들이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상당히 큰 규모의 자금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특검은 안씨가 정상적인 송금 과정을 거치지 않고 환치기 등 불법·탈법적 수단을 이용해 최씨 측에 자금을 보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정씨의 덴마크 현지 변호사비 등 명목으로 거액의 최씨 자산이 정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확인되면 불법·편법 증여에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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