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특검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정유라를 뽑아라"고 면접위원들에게 지시한 정황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포착됐다.

또 최 전 총장은 "이대에도 김연아 같은 월드스타가 배출돼야 한다"며 사실상 정유라 씨에 대한 학사 특혜를 유도한 정황도 특검팀에 의해 밝혀졌다.

8일 특검 등에 따르면 이대 관계자는 2014년 10월 정씨가 체육특기자 선발 면접을 보기 전 면접위원들을 모아 정씨를 뽑으라고 당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관계자는 최 전 총장의 지시사항이라는 말도 전했다고 한다.

이대는 이외에도 각종 수단을 동원해 정씨를 입학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은 정씨가 소지품 반입이 금지된 면접장에 금메달을 가져갈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줬다고 한다. 정씨는 "금메달을 보여드려도 될까요"라며 면접위원들에게 이 메달을 꺼내보였다고 한다.

이때 면접위원들은 남궁 전 처장에게서도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학생이 있으니 선발하라"고 말을 들은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남궁 전 처장은 또 정씨가 원서 마감일이 지난 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음에도 이 성적을 평가에 반영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류평가에서 9등이었던 정씨는 이같은 특혜 속에 6등에 올라 이대에 합격했다.

정씨는 입학 후에도 각종 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지난해 1학기 때 최 전 총장을 비롯해 6명의 교수와 면담하면서 '학점 상담'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류철균 이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필명 이인화·51·구속)는 정씨가 시험을 보지 않았는데도 조교를 시켜 허위 답안지를 만들고 학점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비리의 당사자인 정씨는 "2016년 학교에 안나가서 '아웃'(제적)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학점이 나와 의아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간에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며 특혜 의혹을 에둘러 부인했다. 정씨는 덴마크에 구금돼 있으며 귀국을 거부하고 있다.

현재 특검은 정씨를 강제송환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정씨에게 자진귀국할 의사가 있는지와 상관없이 범죄인 인도청구와 여권무효화 등을 계속 진행하겠다"며 "정씨가 조기에 강제송환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씨에게 학사특혜를 제공한 남궁 전 처장은 오는 10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다. 특검은 조만간 최 전 총장도 소환해 사실관계를 추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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