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새해가 되면 으레 따라붙는 수식어인 ‘희망찬’은 온데간데 없다. 지난해 한국경제가 빠졌던 불황의 터널은 끝이 보이기는커녕 곧바로 시장경제로 나타나 서민들의 시름을 더 하고 있다.

특히 민족의 명절 설을 앞두고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이 평년(직전 5년 평균)의 2~3배가 될 정도로 치솟아 ‘물가 대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 사태에 따른 계란값 급등 등 신선식품 가격 급등과 식음료 업체들의 기습 가격인상으로 물가 비상이 걸렸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통계’(KAMIS)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으로 주요 농축수산물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폭염과 가을 태풍 등의 영향으로 산지 수확량이 확 줄어든 무와 당근, 양배추 등의 가격이 크게 뛰었다.

무의 평균 소매가격(개당)은 3096원으로 평년(1303원)보다 137.6% 치솟았다. 지역에 따라서는 무 한 개가 4000원에도 팔리고 있다. 당근(1㎏ 기준)은 6026원으로 평년(2692원)보다 123.8% 뛰었고 양배추도 한 통에 5578원으로 평년(2630원)보다 112.1% 올랐다. 배추 역시 한 포기에 4354원으로 전년(2220원)과 평년(2893원) 대비 각각 96.1%, 50.5% 급등했다.

깐마늘과 대파 등 주요 양념류도 평년 대비 가격이 30% 이상 올랐고 최근에는 제주도 콩나물이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면서 콩나물 가격도 17% 올랐다. 이 밖에 오이와 시금치, 토마토 등도 가격이 오름세다.

사재기 논란이 여전한 계란의 경우 특란(30알) 평균 소매가가 8960원으로 평년(5539원)보다 61.7% 비쌌다. 여기에 한우와 수입 소고기를 비롯한 축산물 가격도 심상찮다. 한우 갈비와 등심 가격은 평년보다 각각 19.9%, 22.9% 올랐고 미국산과 호주산 소고기 가격도 평년보다 6~13% 상승했다. 수산물도 만만치 않다.

갈치는 한 마리에 9759원, 마른오징어는 열 마리에 2만 8534원으로 평년보다 각각 21.2%, 20.1% 올랐다. 물오징어(한 마리)도 평년(2597원) 대비 14.5% 상승한 2974원에 팔리고 있다. aT 관계자는 “수산물 가격 상승은 어확량 감소뿐 아니라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라면과 맥주에 이어 식용유와 두부 등 가공식품 가격까지 들썩여 서민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날 가락시장을 찾은 주부 임문숙(47.여.송파구 방이동) 씨는 “계란도 그렇고 요즘 물가가 너무 뛰어서 도대체 사먹기가 겁난다”면서 “식탁에 반찬가짓수도 많이 줄여서 거의 ‘원 푸드’”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준희(57.여.송파구 문정동) 씨는 “오르는 걸 제가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덜 먹는 수밖에 없다”고 체념한 듯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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