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세월호 당일의 행적을 말 하는데 1001일이 걸렸다.

10일 내놓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은 “보고서를 받아 검토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날따라 “컨디션이 안 좋아” 관저 집무실 근무를 마음먹었다는 박 대통령은, 배가 완전히 뒤집혀 가라앉은 사진을 보고받은 뒤에도 4시간 가까이 관저를 벗어나지 않고 “보고서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청와대 참모들이 대면 보고 대신 서면으로 올렸다는 10여차례 보고서를 실제 박 대통령이 읽었는지는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이날 헌재는 “기억을 살려 당일 행적을 밝히라고 했는데 답변서가 그에 못 미친다. 세월호 사건 최초 인지 시점 등을 좀더 밝혀달라”며 사실상 짜깁기 해명을 퇴짜 놓았다.

부랴부랴 대통령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은 당일 오전 9시부터 정상 근무했다"고 11일 서둘러 해명했다.

앞서 지난 10일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에 제출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자료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 오전 8시 58분부터 9시 53분까지의 대통령 행적이 누락됐다. 이 시간은 세월호 7시간의 의혹을 풀어줄 열쇠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당일,  YTN은 오전 9시19분 첫 속보를 낸다. 이어 모든 방송이 이를 받아 속보를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에야 관련 보고서를 처음 받았다는 기존 입장을 답변서에서 반복했다. 국민들도 아는 내용을 41분이 지나서야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언론의 오보”를 꼽았다. ‘전원 구조’라는 보도만 믿다가 대응이 늦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전 10시17분 이미 세월호 선체는 108도 이상 기울었고 10시30분 침몰했다. 방송들은 이런 장면들을 실시간 보도하고 있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오전 11시20분에 받아 검토했다는 보고서에는 이미 선수만 남기고 모두 잠긴 세월호 선체 사진과 함께 “오전 11시 현재 474명 중 161명 구조” 등 상황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오후 2시50분에야 구조 인원 집계가 틀렸다는 사실을 전화로 보고받고 부랴부랴 중대본 방문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관저 식당에도 있다는 텔레비전은 유독 관저 집무실에만 없었다고 하는데, 박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만 나서면 볼 수 있는 텔레비전을 하루 종일 보지 않다가 “오보 탓”을 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그 시간 대통령이 '무엇'을 하고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11일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이중환 변호사는 "(새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은 9시부터 정상근무를 하고 있었다"며 "세월호 보고 직전의 근무상황부터 표시하는 과정에서 9시부터 9시 53분까지의 근무내역을 생략한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변호사는 행적자료에 안봉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관저에 출입해 대통령에게 대면보고한 사실을 포함하지 않은 것도 "두 사람이 모두 내부인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과연 그럴까

'보고는 받았는데 지시가 없었던' 대통령, 과연 누가 그 시간 '최선을 다했다"는 박근혜의 말을 믿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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