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이영선(39) 청와대 행정관이 12일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 출석한 자리에서 중요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다 재판관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경호원 출신인 이 행정관은 청와대 제2부속실에 근무할 때 '비선실세' 최순실(61)씨의 '개인비서'와도 같은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일명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중요 정보를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행정관은 이날 오전 9시37분께 택시를 타고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이 열린 헌법재판소에 도착했다.

이 행정관은 대심판정에서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증인신문에서 청구인(탄핵 소추위원) 측 최규진 변호사가 "청와대서 근무하는 동안 업무를 보러 나가거나 들어올 때 부서에 배차된 공용차량 이용을 했느냐"고 묻자 "카니발이 업무차량인건 맞지만 업무에 관해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나가고 들어오는 매 건마다 승인절차 안 하지 않았느냐" "'기치료 아줌마' 등 속칭 보안손님 데리고 들어온 적 있느냐'"는 질문에 "내 담당업무가 아니라 모른다" "죄송하지만 업무 특성상 출입 관련한 건 말씀 못 드린다"고 답했다.

 
이 행정관은 최 변호사가 "보안손님 데리고 들어올 때 안봉근·정호성·이재만 등에게 알려준 적 있느냐"고 묻자 "제가 보안손님을 데리고 들어왔다고 말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들어온 적이 없다는 것이냐, 말할 수 없단 것이냐"고 최 변호사가 되묻자 다시 "업무와 관련된 건 보안사항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모범답안'을 반복했다.

이처럼 이 행정관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단편적 질문에도 답변을 회피하자 국회 탄핵소추위원장 겸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본인이나 가족의 범죄사실이 아님에도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며 "재판장님께서 소송지휘권을 발동해서 있는 그대로 진술하도록 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한철 헌재소장은 "업무 관련 사항에 대해 증언할 수 없다고 하는데 본인의 형사책임을 불러오기 때문이냐"고 소명을 요구했고, 이 행정관은 "대통령 경호에 관한 법률을 보면 기밀 문항이 있다. 법률에 의해서 직무관련 내용을 말씀 못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고는 최 변호사가 "최순실을 한 달에 몇 번이나 청와대로 데리고 갔느냐"며 질문을 이어가자 다시 "업무 특성상 출입 관련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결국 "최순실씨의 과거 청와대 출입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이냐. 아니지 않느냐. 그게 범죄와 연결돼 있느냐. 본인 가족과 연결돼 있느냐"며 답답하다는 듯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강 재판관은 이 행정관이 다소 말을 더듬으면서 "제가 대통령 경호원으로서…"라고 대답하자 말을 끊으면서 "그걸 묻는 게 아니다. 본인 범죄 관련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다.

이에 이 행정관이 다시 대통령 경호실 소속으로서 법률 위배 문제를 거론하려 하자 "그런 것은 걱정 안 해도 된다. 본인 범죄 관련 있는 것 아니면 증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계속되는 질문에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최순실씨로부터 박 대통령의 옷을 20~30회에 걸쳐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건넨 의상비를 최씨에게 건넨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행정관은 "'기치료 아줌마'는 (자유로운 청와대 출입이 가능한) 등록이 안 된 인물로 이해하면 되나"라는 최 변호사 질문에 "그 사람들은 직원이 아니다"라며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