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유력대선후보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12일 오후 5시 30분 아시아나 221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과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여객기에서 내리는 반 전 총장을 영접했다. 반 전 총장 지지자들은 반기문을 연호했다.

유엔 사무총장에 오른 2007년 이래 10년 만의 자연인 신분 귀향이지만 반 전 총장은 귀국 전 사실상 대선 도전 의사를 밝혀 앞으로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뛰어들 전망이다.

그의 한국행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한 대선 지형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반 전 총장은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 전 총장의 귀국은 여야를 불문하고 정당 간 합종연횡 등 정계개편의 촉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몸 불사를 것"… 목청은 더 컸다

반 전 총장은 귀국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0년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줬다. 전쟁 참화를 통해 우리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꼈고, 이런 것이 국민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몸소 터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한 나라는 왜 성공했는지 실패한 나라는 왜 실패했는지 가까이서 지켜봤다.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것을 내가 손수 보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어 "10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서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고 나의 마음은 대단히 무겁다. 총체적 난국이다. 민생이 흔들리면 발전이 무슨 소용인가. 부의 양극화,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끝내고 국민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드는 데 노력하는 의지가 있다면 나는 분명히 제 한몸을 불사를 각오가 있다고 말했다.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이 나에게 권력 의지가 있냐고 물어봤다. 그 분들이 말한 권력 의지가 남을 헐뜯고 무슨 수단을 써서 정권을 쟁취하겠다는 것이 권력 의지라면 나는 권력 의지가 없다. 오로지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몸을 불사를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여러분을 위해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된다. 우리 사회의 지도자 모두가 책임이 있다. 이제 우리 모두 책임감을 갖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우리 젊은이들이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에 진정한 지도자가 되게 우리가 노력하고 내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겪은 여러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젊은이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한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이 난국을 이겨낼수 있다. 우리 민족은 국난을 당할 때마다 슬기와 용기, 단합된 힘으로 이겨낸 유전자가 있다. 나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쌓은 국제적 경험과 식견을 어떻게 나라를 위해 활용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우리 정치 지도자도 우리 사회 분열을 어떻게 치료할까 하는 해법을 같이 찾아야 한다. 정권을 누가 잡는가가 뭐가 중요한가. 정쟁으로 나라와 사회가 더 분열되는 것은 민족적 재앙이다. 더 이상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 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내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 통화한 내용에 많은 비판이 있고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분쟁이 있는 당사국 간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노력은 존경하고 환영했다. 그런 면에서 한일 양국에서 오랜 현안이 됐던 위안부에 합의한 것은 환영하지만 궁극적인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부산에 소녀상을 설치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로부터 여러 이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문제는 너무 근시안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 방향으로, 발전적으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동생과 조카의 뇌물 공여 의혹과 관련해 "가까운 친척이 그런 일에 연루돼 개인적으로 참 민망하다.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니 그것을 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공항철도로 서울역까지 이동해 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을 만난 뒤 승용차 편으로 사당동 자택으로 향했다.

그는 13일 오전 국립현충원에서 역대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참배하고 사당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 신고를 할 예정이다. 또 14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충북 음성의 선영을 둘러보고 충북 청주의 모친 자택을 방문한 뒤 전국을 순회하는 '민심청취' 행보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반 전 총장은 당분간 '국민대통합' 행보에 치중한 뒤 설 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정치권과의 접촉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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