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데이저널 캡쳐
[김승혜 기자] 최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5촌 살인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시 죽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5촌 살인사건은 지난 2011년 9월에 발생한 고 박용수·박용철씨의 사망사건. 애초 경찰 수사결과, 이 사건은 두 사촌간의 돈 문제로 살인이 벌어졌고 살인범은 자살한 것으로 정리됐다.

지난주 특검 관계자에 따르면 "박근혜 5촌 살인사건 관련 자료를 상당수 확보했고, 추가 자료 확보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개시를 결정하는 데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이 사건이 '최순실 특검법'이 규정한 수사대상 사건이 되느냐 여부를 우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을 명시한 '최순실 특검법' 2조 15호 위반 여부다. 이 조항은 사건 수사 중 인지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했는데, 단순히 '인지된 사건'으로 표현하지 않고 '인지된 관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 조항의 '관련 사건' 부분이 형사소송법 11조 '관련사건'을 준용하는 것으로 해석되면 수사 범위가 최순실 특검법 2조 1~14호가 규정한 사건들 이외의 부분으로 뻗어나가기가 어렵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결과가 특검법을 위반했다는 빌미를 주면 이후 재판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해 12월 17일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대통령 일가가 살인사건에 밀접하게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는 곧바로 파장을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특검팀에서 이 건을 재조사해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날 오후, 해당 보도의 핵심 취재원 중 하나였던 박지만 EG 회장의 수행비서인 주아무개(45)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의혹을 제기하는 여론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배 PD를 포함해 이 사건을 취재하던 언론인들 역시 SNS등을 통해 신변의 위협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 모 언론에 제보를 했고, 그 내용은 충격적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것은 다름아닌 박근혜 대통령 5촌의 죽음은 타살이고 배후에 최순실이 있다는 것이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박지만 회장이 배후인 것처럼 알려진 것은 번지수가 잘못된 것이며, 사건의 범인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유명조폭 H씨이며, H씨의 배후에 최순실 씨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H씨가 당시 사건 발생 후 필리핀으로 도주 현재까지 필리핀에서 살고 있으며 H씨는 최근 도피자금이 모두 떨어져 한국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으며 그가 현지 지인들에게 자신의 배후에 최 씨가 있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제보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되는데 '박근혜 오촌 살인 사건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다.'범인은 한국 유명 조폭 두목인 H씨의 부하들이다.' '범인은 필리핀으로 도주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박지만이 배후가 아니라 청부살인은 최순실 이다.' '범인은 도피자금이 떨어져 폭로회견 준비 중이다.'라는 것이다.

제보자의 이 같은 주장은 당시 상황에 대입해보면 미스터리들이 대부분 풀린다고 '선데이저널'은 지적했다.

의문의 자살사건은 타살사건

이 사건은 201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9월 6일 오전 5시30분쯤 북한산국립공원 수유분소 옆에서 한 남자가 잔인하게 살해된 채로 발견됐다. 얼굴과 배에서 피가 흘렀고, 창자가 도로에 쏟아져 있었다. 후에 밝혀진 이 남성의 정체는 박용철씨라는 이름의 49세 남성이었다. 사건 현장에서 3㎞ 정도 떨어진 북한산 용암문 옆. 나뭇가지에 또 다른 사내가 목을 매 숨져 있었다. 사내의 바지 뒷주머니에서 숨진 박용철씨의 차 열쇠와 유서 등이 나왔다. 바지와 끼고 있던 장갑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박용철씨의 혈흔이었다. 시체 옆에 놓인 가방에는 약병, 회칼, 손전등, 우편물 등이 담겨 있었다.

이 사내의 이름은 박용수(당시 51세). 경찰은 박용수씨가 박용철씨를 죽인 후 자살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수사에 들어갔다. 박용철 씨와 박용수씨는 사촌지간이었다. 이 사건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두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형 박무희 씨의 손자 즉, 당시 여당 유력 대선 주자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는 오촌 관계였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해 10월 ‘박용수씨의 원한에 의한 계획된 범행’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박용수씨가 △범행 도구를 사건 한 달 전에 사두고 미리 테이프를 감아놓는 등 범행을 준비한 점 △유서를 미리 작성해둔 점 △범행 당일 자신보다 덩치가 큰 박용철씨를 만취시키고 자신은 술을 마시지 않았던 점(부검 결과 박용철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9%, 박용수씨는 0.05%였다) △평상시 주변 사람들에게 박용철씨를 술 먹고 혼내주겠다는 말을 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사건을 담당했던 강북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사건 당사자가 모두 숨져 추정할 수밖에 없지만, 박용수씨가 10년 전 이혼하고 혼자 살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 아파트를 팔고, 원룸에서 살았다. 죽기 전에는 여관에서 생활했는데, 그 원인이 박용철씨에게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돈을 빌려가 놓고 안 돌려주고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무시했다는 주변 사람 증언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박근령 남편 신동욱, 박지만 지목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강력하게 의문을 표시했던 인물이 있었는데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의 남편인 신동욱 씨였다. 당시 신 씨는 박용철 씨가 육영재단을 둘러싼 박근혜 남매 간 송사의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지목하며 단순 자살 사건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박용철 씨는 2007년 벌어진 육영재단 폭력 강탈 사건으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신 씨가 주장하는 중국 칭다오 납치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신 씨에 따르면 박용철 씨는 2010년 “박지만이 중국에서 신동욱을 죽이라고 했고 녹취록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을 했다. 박 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박지만 회장을 고소했던 신씨는, 오히려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신 씨는 2011년 9월26일 재판에서 자기 쪽 증인으로 박용철씨를 신청해놓았던 터라 그의 사망 시점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한다. 신 씨는 이와 관련 “나에게 증언하기로 하고 바로 죽었다. 용철씨의 죽음은 용철씨나 나 두 사람 모두 걱정하던 바였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신씨측 변호인이었던 법무법인 동래의 조성래 변호사는 “신씨에게 용철씨는 살인 교사 건과 관련해 무고 혐의를 벗겨줄 유일한 증인이었다. 지난 9월 말 열린 재판에서 신씨와 용철씨가 주고받은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했는데, 녹취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서 용철씨를 증인으로 요청해 증인 신문을 준비 중이었다. 가장 중요한 증인이 사망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용철씨가 살해된 이번 사건에 대해 신씨측은 계속 강한 의혹을 제기했었다. 용수씨가 용철씨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신씨측의 주장이었다. 오히려 이런 의혹에 대해 강북경찰서 측은 “(그쪽에서) 궁금한 게 있으면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요청했을 텐데 그런 적이 없다. 박용수씨는 육영재단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쪽에서 사주를 받아 살인을 저지를 이유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경찰이 나서서 사건을 변호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박 씨 피살 사건 이후, 조성래 변호사는 신 교수의 재판 내용에 살인 사건도 포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본 재판과 관련성이 없다”라며 거절했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몰라도 박 씨는 공판출석을 앞두고 살해됐고, 결국 신 씨의 주장을 입증해줄만한 인물은 사라졌다. 신 씨는 명예훼손으로 인해 실형을 선고받았고, 오는 대선 전까지는 출소가 불가능해졌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유력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타살 흔적 발견됐으나 자살로 결론

경찰 수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는 한 둘이 아니었다. 국과수 조사 결과 사건 현장에서 수거된 한 담배꽁초에서는 박용철ㆍ박용수가 아닌 다른 남성 DNA가 검출되기도 했다. 박용철씨의 휴대전화기도 사라졌다. 사라진 박씨의 휴대전화에 관심이 모이는 까닭은 박씨의 발언 때문이다. 박씨는 2010년 9월1일 재판에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사건 관련 녹음파일이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런 모든 정황은 타살을 의심케 했고, 그 배후로 박지만 EG회장이 거론됐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일부 기자들을 고소했다. 하지만 고소당한 기자들은 모두 무죄가 났다. 그렇다고 해서 박지만 회장이 이를 사주했다는 증거도 드러나지 않았다.

'선데이저널'은 "제보자의 주장을 이런 정황들에 대입해보면 대부분 맞아떨어진다. 박 회장이 아닌 최순실 씨가 배후였기 때문에 박 회장이 개입된 증거들이 드러날리 없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자살이 아닌 타살을 가리키는 정황들도 설명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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