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샘조사 마치고 특검 나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미영 기자]"이재용 구속영장 청구는 경제에 영향 있겠지만 정의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이재용은 ‘뇌물공여지’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특검의 의지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조사한 지 나흘 만인 16일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20일 최순실씨 등을 기소하면서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따라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피해자라고 했으나, 특검팀은 40여일 만에 '뇌물 공여 피의자'라고 바뀐 결론을 내린 것이다. 특검팀은 영장 청구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번 수사는 기업 수사이지 삼성 수사가 아니다"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나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주된 혐의는 '430억원 뇌물 공여'이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 최씨가 독일에 세운 코레스포츠에 지원하기로 계약한 213억원, 최씨가 주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여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특검팀은 이 같은 '뇌물 공여'는 이 부회장이 주도했고, 그에 따른 반사이익도 이 부회장이 봤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삼성 고위 관계자들은 '불구속 수사' 하겠다고 했다. 최 부회장 등은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어서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 지배권을 확대하기 위한 이 부회장의 개인적 범죄로 보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승계 등을 지원해 준 데 따른 이득도 이 부회장이 취한 것"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삼성 측이 박 대통령에게 청탁하고 최순실씨 측에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이 동원됐다며 이 부회장에게 '횡령' 혐의도 적용했고,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적 없다"고 위증한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삼성과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특검 출범 초기부터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규명하는 핵심 고리로 꼽혀 왔다. 일단 대기업 가운데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액수가 204억원으로 가장 많은 데다 출연금과 별개로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에게 230억원가량을 더 지원했거나 지원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중요한 사안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연금에 합병을 찬성하도록 지시했다는 관련 진술 등을 확보했다. 삼성 측의 '청탁'도 있었다는 것이 특검팀의 입장이다. 특검팀은 이날 구속 기소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합병이 있기 전인 2015년 6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삼성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특검팀은 그에 더해 2015년 7월 합병 성사 이후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는 문제까지 삼성이 청와대에 청탁했다는 단서를 확보했다고 한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두 회사의 합병 법인(삼성물산)을 삼성생명 등 금융회사들까지 자(子)회사로 둘 수 있는 지주(持株)회사로 만들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압수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서 삼성이 공정거래법 개정 문제를 청탁했음을 보여주는 메모를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이 부회장의 영장 혐의를 설명하면서 "부정한 청탁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 관련 부분,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는 부분에서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여기서 '경영권 승계 마무리를 위한 부정한 청탁'이 바로 공정거래법 개정이라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에 제3자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면서 단순 뇌물 공여 혐의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3자 뇌물은 뇌물로 이득을 취한 사람이 최씨 쪽이라는 것이고, 단순 뇌물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서로 공모한 사이인 데다 이득의 일부분도 서로 공유하는 관계라는 뜻이다.

17일 조선일보는 특검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일단은 혐의 입증이 더 어려운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해 입증에 노력했다"며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은 굳이 직무 연관성이나 구체적인 대가 관계를 일일이 따지지 않아도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다 따져 놨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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