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정점에 있는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에 출석하면서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특검팀은 두 사람의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약 30분 간격으로 특검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D 빌딩에 잇달아 도착했다. 두 사람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9시15분, 김 전 실장은 오전 9시46분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조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관여한 바가 없느냐'라는 질문에 "오늘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진실이 특검 조사에서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아직도 최순실을 모른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는가' '증거인멸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조사실로 향했다.

이들이 출석하는 과정에서 민중연합당, 활빈단 등 정당·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몰려들어 "민주주의 파괴범 김기춘이 처벌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이 법망을 잘 피해가는 것을 꼬집는 별명인 '법꾸라지'를 외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특검팀은 두 사람을 상대로 블랙리스트의 작성 배경과 경위에 대해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두 사람의 대질 신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리스트는 정부에 비우호적인 문화계 인사 약 1만명이 명단이 포함됐으며 이들을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데 활용됐다.

 
조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리 및 집행 과정에 관여했다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위증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임하면서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전달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국정 농단 의혹 중심에 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혐의뿐만 아니라 '왕실장'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며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조 장관이 지난해 11월 연한이 지나지 않은 컴퓨터를 교체한 이유가 증거인멸 차원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실장 역시 자택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기록과 휴대전화 내용 등을 삭제한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앞서 특검팀은 김종 전 문체부 차관 등이 최씨 등을 위해 공무원을 불법 인사조치 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던 중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주거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일부 명단을 확보하고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집행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포착하고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한 상태다.

특검의 칼끝은 결국 박 대통령을 겨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5일 "박 대통령이 명단(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정황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의혹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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