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소기소)씨에게 청와대 주요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호성(48·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최씨와 2년 동안 2100회에 달하는 전화와 문자들 주고받은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단순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하루에 약 3회씩 매일 한 셈이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의 국정 관련 자료 및 의견 '전달책'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8일 열린 정 전 비서관에 대한 2차 공판에서 검찰은 "2년 간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의) 전화는 895회, 문자메시지 1197회 등 통화내역은 총 2092회에 이른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이메일로 자료를 송부하고 그 사실을 알렸던 문자메시지가 총 237회 확인된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검찰은 "최씨의 태블릿PC 이메일 수신내역 일시가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발송일시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서 "정 전 비서관이 문건을 공용 이메일 계정에 발송한 직후 최씨에게 '보냈습니다'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게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조사에서 태블릿PC 저장 문건들에 대해 자신이 최씨에게 보낸 것이 맞고, 최씨 외에는 해당 문건을 보내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날 검찰이 전한 '유출 문건'은 중국 특사단 추천 의원, 17부3처17청 정부조직도 인선안, 인사자료 13건 등이다.

대통령 말씀 자료로는 11차 국무회의에서 나온 비공개 부처별 지시사항과 공공기관장 지시내용 등 현안 보고, 부총리 보고안건 검토의견, 한반도 통일 위한 구상 등이다.

여기에 대통령 업무보고서도 포함돼 있다.

외교상 기밀문건으로는 한미정상회담, 일본 총리 및 중국 주석 등과의 전화통화 자료, 국무장관 접견자료 등이다.

이 외에 대통령 업무보고서, 대통령 주중 일정 계획과 일일 보고사항, 대통령 해외순방과 관련된 서유럽, 중동,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 이탈리아, 멕시코 순방 관련한 다양한 일정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날에는 정 전 비서관 외에 다른 청와대 관계자의 진술 증거도 공개됐다.

검찰은 "조인근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연설문이 어법에 어긋난 비문으로 발표된 사례가 종종 있어서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연설문이 최씨의 손을 거친 후 격이 떨어지거나 조악해졌음을 나타내주는 대목이다.

검찰은 "윤전추 행정관은 '최씨가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표를 보유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도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이 받고 있는 공무상기밀누출 혐의와 관련해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잘해보려고, 조금이라도 한마디라도 더 체크해보고 싶어서 그런 말씀(최순실 의견 반영)을 하신 것"이라며 "저 역시 대통령이 일하는 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보좌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데 '공모'를 했다고 하니까 계획적으로 뭔가 나쁜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런 얘길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통해 얻은 사실관계에 따라 법률적으로 공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재판부에서 판단해보겠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달 16일 오후 2시10분부터 311호 법정(중법정)에서 열린다.

재판부는 "대법정(417호) 사용이 가능하게 되면 다시 통보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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